전국 다중이용시설 11곳 모두 해제 하루 사망 114명 최다, 중증 715명
“QR코드 찍지말고 들어오세요” 2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QR코드 확인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1일부터 방역패스 적용이 일시 중단되면서 식당과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 기존 방역패스 적용 시설 11곳을 출입할 때 QR코드를 찍지 않고 입장할 수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이 1일부터 전국에서 중단된다. 식당 카페를 비롯해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등 기존 적용시설 11곳 모두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방역패스가 도입된 이후 4개월 만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방역패스 잠정 중단 결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4월에 적용하기로 했던 청소년(12∼18세) 방역패스 적용 계획도 철회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역패스 적용 중단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방역패스가 중단되면서 그동안 식당 카페 등을 드나들 때마다 인증해야 했던 ‘QR체크인’도 이날부터 폐지된다. 2020년 6월 첫 도입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국내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는 지난해 12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보다도 많아졌다. 28일 0시 기준 하루 신규 사망자는 114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래 가장 많았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도 이날 715명까지 늘어났다.
방역당국은 향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9일 코로나19 중환자가 12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중순 위중증 환자가 2750명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한편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재택치료 환자의 동거 가족 격리 의무가 해제된다.
자가검사키트 온라인 판매 금지 조치는 이달 말까지 연장되고 임신부에게는 7일부터 1명당 키트 10개씩 나눠 주기로 했다.
정부, 방역패스 중단 계획 없다더니… 사흘만에 “전면 일시중단”
내달 청소년 방역패스도 철회… 사실상 ‘방역패스’ 폐지 수순
18건 진행 ‘방역패스 소송’이 계기… ‘6인-10시’ 거리두기 완화도 검토
전문가 “시기상조… 정점 더 높일것”… “유흥시설까지 해제는 과도” 지적도
정부가 28일 전국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일시 중단을 발표하자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방역당국은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가장 위험한 시설이 식당과 카페다. 이들 시설의 방역패스를 전국에서 중단할 계획은 없다”(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고 말한 바 있다. 3일 만에 방역 방침이 180도 바뀐 것이다.
1일부터 적용되는 방역 완화는 식당, 카페, 유흥시설 등 11종 시설의 방역패스 철회에 그치지 않는다. 미접종자의 집회·행사(50∼299명 규모) 참여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방역패스의 ‘일시 중단’을 강조하고 있지만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는 한 되살리지 않을 방침이라 사실상 방역패스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거리 두기 추가 완화도 검토”
정부는 방역패스 중단의 또 다른 이유로 ‘보건소 업무 효율화’를 들었다. 미접종자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음성확인서를 발급받는 사례가 하루 평균 12만4000여 건에 달했다. 이 업무를 줄여 이들 인력을 고위험군 보호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방문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해외 입국자 중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방향은 맞지만 시기상조” 지적도
많은 전문가들이 방역패스 폐지 등 방역 완화가 언젠가는 시행해야 할 방향이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해제 시점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 2주 더 지켜본 뒤에 방역패스를 해제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며 “잇따른 방역 완화 신호가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은 유흥시설에까지 방역패스를 해제한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국내외 연구기관이 내놓은 코로나19 향후 유행 예측 자료를 종합 발표했다. 위중증 환자 전망을 내놓은 4개 기관 모두 이달 9일 코로나19 중환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델타 변이’ 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 29일 1151명보다 더 많을 것이란 얘기다. 한 기관은 16일 위중증 환자가 275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가 현실화되면 전국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27일 기준 2704개)을 100% 가동해도 환자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