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다’며 ‘방역불감증’ 확산
“유전자증폭(PCR) 검사 하지 말고, 4일간 재택근무한 후 정상 출근하세요.”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 씨(30)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온 사실을 소속 팀장에게 알렸다가 이 같은 답을 들었다. 일주일 동안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으니 아예 검사를 받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 씨는 “지시에 따르긴 했지만 다시 출근한 후 동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까 봐 계속 걱정됐다”고 했다.
28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오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직원의 PCR 검사를 막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할 사람이 없다’며 ‘방역 불감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인데, 이로 인한 집단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회사 측에서 눈치를 주다 보니 직원들이 알아서 PCR 검사를 거르는 경우도 생긴다. 금융권 직장인 A 씨(27)는 지난달 18일(금요일) 자가키트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큰 증상이 없자 주말 이틀을 쉬고 21일(월요일)에 정상 출근했다. A 씨는 “확진이 돼도 어차피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게다가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회사 눈치가 보여 차라리 숨기는 게 낫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직장 내 집단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최근 자가키트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는데도 PCR 검사를 피하고 출근하는 상사 때문에 불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상사가 회사 내에서 다른 직원 여럿을 만났지만 회사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를 제보한 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 소속이거나 비정규직”이라며 “작은 회사의 경우 직원 한 명이 빠지면 업무에 타격을 입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회사가 업무 공백 걱정에 감염 가능성 높은 직원들을 출근시키면 치명적 결과를 맞는 환자들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