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어디에서나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총회에서 정치인들은 일제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수장(首長)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58) 발언도 주목 받았습니다. CPAC 행사 첫째 날 연단에 오른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에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총회에서 연설하는 마이크 폼페이어 전 국무장관. 그의 연설 내용보다 살을 뺀 외모가 눈길을 끌었다. 미 의회방송 씨스팬(C-SPAN) 캡처
그런데 폼페이오 전 장관의 CPAC 연설이 화제가 된 것은 우크라이나 때문도, 잠깐 언급된 북한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몰라보게 달라진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넉넉한 몸집’으로 유명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홀쭉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최대 잔치라 할 수 있는 CPAC 행사는 체중 감량 ‘애프터’ 폼페이오가 관객들 앞에서 선 가장 큰 무대였습니다. 외모적 변화에 쏠린 관심을 의식한 그는 체중 문제를 언급하면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몸무게가 135kg까지 나갔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은 최근 반년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살을 빼 지금은 95kg대를 유지하고 있다. 체중 감량 전(왼쪽)과 후(오른쪽). 더선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Today is the day).”
곧바로 체중 감량 작전에 돌입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세운 원칙은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한다’입니다. 지하실에 아령과 유산소 운동 기구 몇 가지를 갖춘 간단한 운동실을 마련해 놓고 하루 30분 이상 땀을 흘렸습니다. 짧게 하더라도 거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일주일에 5,6회 운동실을 찾았습니다. 운동 시작 3,4주 후부터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셔츠의 목둘레가 헐거워지는 것을 볼 때의 기쁨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식사 조절을 위해서는 탄수화물 음식을 끊고, 1회 식사량을 줄였습니다. 체중 감량 전 그는 치즈버거 애호가였습니다. 전임 국무장관들이 해외순방 때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 스타일이었던 것과는 달리 그는 호텔 룸서비스를 통해 치즈버거를 몇 개씩 주문해 놓고 밤새도록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습관 때문에 체중은 날로 불어 300파운드 중 100파운드는 최근 몇 년 새 늘어난 것이라 합니다. 다이어트에 돌입하면서 치즈버거를 끊었고, 감자튀김도 지난해 6월 이후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캔자스 주의 집 지하에 마련한 개인 운동실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뉴욕포스트
하지만 ‘비법’이 별로 새로울 게 없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전 장관처럼 운동하고 식사를 조절한다고 해도 월 평균 15파운드(6.8kg)씩 몸무게를 줄인다는 것은 “믿기 힘든 결과”라고 의문을 나타냅니다. 나잇살이 붙게 되는 중장년 연령대를 고려할 때 특별한 지병 때문이 아니고야 파격적인 체중 감소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는 헬스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 같은 회의적 시선은 특히 진보 진영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회의론자들은 “2024년 대권 도전을 목표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중 감량 동기와 과정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외과적 수술, 극도의 단식, 다이어트 보조제 등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죠.
공화당 주자로 대선에 출마했고, 라디오 토크쇼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유명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었던 그는 채식 위주의 식사로 바꾸고 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50kg 가량 살을 뺐다. 헬스앤뉴트리션 온라인
이전에도 체중 감량으로 화제가 된 정치인은 여러 명 있습니다. 145kg까지 나갔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위에 실리콘 밴드를 삽입하는 수술로 폼페이오 전 장관과 비슷하게 40kg을 줄였습니다. 그는 2013년 위 수술을 받은 직후 수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2008년, 2016년 두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가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에 충격을 받고 다이어트를 선언해 130kg에서 80kg으로 줄였습니다. 그는 마라톤과 식이요법으로 성공했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