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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 변신 폼페이오 “치즈버거 딱 끊고 매일 30분씩 규칙적 운동”[정미경 기자의 글로벌 스포트라이트]

입력 | 2022-03-01 14:00:00


지구촌 어디에서나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총회에서 정치인들은 일제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수장(首長)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58) 발언도 주목 받았습니다. CPAC 행사 첫째 날 연단에 오른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에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총회에서 연설하는 마이크 폼페이어 전 국무장관. 그의 연설 내용보다 살을 뺀 외모가 눈길을 끌었다. 미 의회방송 씨스팬(C-SPAN) 캡처

“우크라이나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력은 정말 뛰어났다. 이란 공습에서부터 북한 억류 미국인 인질 석방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힘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폼페이오 전 장관의 CPAC 연설이 화제가 된 것은 우크라이나 때문도, 잠깐 언급된 북한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몰라보게 달라진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넉넉한 몸집’으로 유명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홀쭉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최대 잔치라 할 수 있는 CPAC 행사는 체중 감량 ‘애프터’ 폼페이오가 관객들 앞에서 선 가장 큰 무대였습니다. 외모적 변화에 쏠린 관심을 의식한 그는 체중 문제를 언급하면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그 많은 살을 뺐느냐’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체중 감소는 정말 힘든 일이다. 앞으로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몸무게가 135kg까지 나갔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은 최근 반년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살을 빼 지금은 95kg대를 유지하고 있다. 체중 감량 전(왼쪽)과 후(오른쪽). 더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최근 폭스뉴스, 뉴욕포스트 등과의 인터뷰에서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에 걸쳐 90파운드(41kg)를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살을 빼기로 결심한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6월 12일 체중계에 올랐을 때 눈금이 300파운드(136kg) 부근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몸무게가 300파운드 언저리까지 간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그는 부인 수전 여사 앞에서 선언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Today is the day).”

곧바로 체중 감량 작전에 돌입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세운 원칙은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한다’입니다. 지하실에 아령과 유산소 운동 기구 몇 가지를 갖춘 간단한 운동실을 마련해 놓고 하루 30분 이상 땀을 흘렸습니다. 짧게 하더라도 거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일주일에 5,6회 운동실을 찾았습니다. 운동 시작 3,4주 후부터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셔츠의 목둘레가 헐거워지는 것을 볼 때의 기쁨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식사 조절을 위해서는 탄수화물 음식을 끊고, 1회 식사량을 줄였습니다. 체중 감량 전 그는 치즈버거 애호가였습니다. 전임 국무장관들이 해외순방 때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 스타일이었던 것과는 달리 그는 호텔 룸서비스를 통해 치즈버거를 몇 개씩 주문해 놓고 밤새도록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습관 때문에 체중은 날로 불어 300파운드 중 100파운드는 최근 몇 년 새 늘어난 것이라 합니다. 다이어트에 돌입하면서 치즈버거를 끊었고, 감자튀김도 지난해 6월 이후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캔자스 주의 집 지하에 마련한 개인 운동실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뉴욕포스트

폼페이오 전 장관의 체중 감량 스토리는 별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체중 감량의 일반적 과정을 거쳤습니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밝혔듯 “체중 감량의 승패는 개인의 결심 차이일 뿐”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나 운동 트레이너, 영양사의 도움 없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연구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법’이 별로 새로울 게 없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전 장관처럼 운동하고 식사를 조절한다고 해도 월 평균 15파운드(6.8kg)씩 몸무게를 줄인다는 것은 “믿기 힘든 결과”라고 의문을 나타냅니다. 나잇살이 붙게 되는 중장년 연령대를 고려할 때 특별한 지병 때문이 아니고야 파격적인 체중 감소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는 헬스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 같은 회의적 시선은 특히 진보 진영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회의론자들은 “2024년 대권 도전을 목표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중 감량 동기와 과정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외과적 수술, 극도의 단식, 다이어트 보조제 등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죠.

공화당 주자로 대선에 출마했고, 라디오 토크쇼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유명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었던 그는 채식 위주의 식사로 바꾸고 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50kg 가량 살을 뺐다. 헬스앤뉴트리션 온라인

진보 성향 매체 가디언은 “폼페이오의 체중 감량은 미심쩍은 측면이 있다”면서 “누구나 다 자신처럼 노력하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관련 사설을 쓴 신문도 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의 정치적 고향인 캔자스 주의 유력 매체인 ‘캔자스시티스타’는 ‘이봐 친구, 진실을 말해 줘: 폼페이오가 90파운드를 뺀 것은 자신이 주장하는 방식 덕분이 아니다’라는 긴 제목의 사설에서 “(살을 뺀 뒤) 해쓱한 모습은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며 “짧은 기간에 많은 몸무게를 줄인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전에도 체중 감량으로 화제가 된 정치인은 여러 명 있습니다. 145kg까지 나갔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위에 실리콘 밴드를 삽입하는 수술로 폼페이오 전 장관과 비슷하게 40kg을 줄였습니다. 그는 2013년 위 수술을 받은 직후 수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2008년, 2016년 두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가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에 충격을 받고 다이어트를 선언해 130kg에서 80kg으로 줄였습니다. 그는 마라톤과 식이요법으로 성공했습니다.

인구의 4분의 3이 비만 또는 초고도비만으로 분류되는 미국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지출이 막대하고 체중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지대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공인들은 몸무게를 포함한 외모에 대한 지나친 사회적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합니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내 몸무게가 (정치) 메시지를 가렸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 역시 한동안 질투 섞인 호기심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