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달러로 발행한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글로벌 은행업계 로비단체 국제금융협회(IFF)가 예상했다. 러시아가 국가부도를 선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이례적인 고강도의 제재로 공조하면서 올해 러시아 경제는 두 자릿대로 위축될 수 있다고 IFF는 경고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FF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절반이 자산 동결이라는 제재를 가한 국가들에 묶여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폭락에 쓸 수 있는 달러 유동성 화력이 급격하게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35% 폭락하자 하루 아침에 기준 금리를 10% 포인트(p) 인상하고 자본 통제조치를 내놓았다. IFF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현지 예금자 보호를 최우선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호 명단의 최말단”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 목요일인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군사작전을 단행했고 서방은 경제 제재로 대응했다. 서방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까지 동결하고 많은 러시아 은행들의 글로벌 결제시스템(스위프트) 접속을 차단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다수의 개인과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강력한 경제제재에 러시아 루블은 달러 대비 최대 35% 주저 앉으며 사상 최저로 밀렸다. 러시아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되면서 서방의 투자자들은 쉴새 없이 루블화 자산을 팔아 치웠다.
서방의 이번 경제제재는 “한 국가에 가해질 수 있는 가장 혹독한 수준”으로 러시아 경제는 올해 10% 초반의 마이너스 성장률과 두 자릿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강하할 것이라고 리바코바 IFF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현지인들이 보유한 달러를 루블로 강제 전환하는 극단적 방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현지 예금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리바코바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이틀째였던 지난 25일(금요일) 하루에만 100억달러가 러시아 은행에서 빠져 나갔다고 추산했다. 서방은 개인과 기관들이 기존의 러시아 국채 거래까지 금지하고 스위프트가 차단되는 러시아 금융기관들을 늘리며 에너지 관련 거래 예외적용도 취소하는 등 제재 강도를 더 끌어 올릴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추가 제재는 금융, 무역 위험을 증폭시켜 세계 경제도 전염될 위험을 높일 것이며 특히 유럽이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리바코바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IFF는 앞서 보고서에서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와 VTB까지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 러시아 전체 금융시스템의 기반(펀더멘털)이 불안정해져 실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