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와 무학에 이어 보해양조도 소줏값을 인상한다. 원부자재값 인상에 따른 소줏값 도미노 인상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따라서 소주 출고가가 인상되면서 식당과 주점 등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1병에 5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2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제조사별 소주가 진열돼 있다. 2022.2.23/뉴스1
“다음에 소주 한 잔 하자는 인삿말도 하기 어렵겠네요.”
서민 애환을 달래주던 소주가 연이어 인상되며 의례적으로 가볍게 나누던 인삿말도 부담스러워 졌다. 원부자재값 인상에 따른 소줏값 도미노 인상으로 대형마트 및 편의점 판매가가 올랐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매장 내 소줏값 인상 눈치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외식 물가의 전방위적인 인상과 더불어 소줏값은 물론 다음달 맥줏값 인상도 예고돼 있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롯데칠성음료, 무학, 보해양조 등 소주 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경남을 지역기반으로 한 무학은 이날 ‘좋은데이’와 ‘화이트’의 출고가를 평균 8.84% 올렸다. 200㎖, 360㎖, 450㎖ 페트류 제품은 인상에서 제외됐다.
광주·전남의 보해양조는 내달 2일 ‘잎새주’, ‘여수밤바다’, ‘복받은부라더’ 등의 출고가를 평균 14.62% 인상한다. 제주도의 한라산소주는 다음달 3일 출고가를 최대 8.3% 인상한다.
소주업계 2위 롯데칠성음료는 내달 5일 처음처럼을 비롯해 ‘처음처럼 진’, ‘처음처럼 순’ 등 소주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처음처럼 360㎖ 병 제품은 1079.1원에서 1162.8원으로 83.7원(7.75%), 640㎖ 페트는 2027.30원에서 2163.70원(6.73%) 오른다.
서민들의 술 소주, 맥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소주의 핵심 주원료 주정값이 10년만에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3일부터 소주류 제품의 출고가격을 7.9% 인상할 계획이다. 맥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주세법 개정안 적용에 따라 맥주의 세금이 ℓ당 20.8원 오른 855.2원으로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서 시민들이 소주와 맥주 등 주류를 고르고 있다. 2022.2.20/뉴스1
대구·경북을 지역기반으로 한 소주업체 금복주도 7일 ‘깨끗한 아침 참’을 비롯해 ‘소주왕 금복주’ 등 소주 출고가를 평균 8.8% 인상한다. 참 16.5도는 1071.8원에서 1166.6원으로 8.84%, 참 20.1도는 1081.2원에서 1176.63원으로 8.83% 오른다. 소주왕 금복주는 1015.7원에서 1096원으로 7.91% 인상된다.
이번 소줏값 도미노 인상은 원부자재값 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소주의 핵심 주원료인 주정값이 10년 만에 7.8% 올랐고, 제품마다 사용되는 병뚜껑 가격도 16%, 빈용기 보증금 취급수수료 등도 인상됐다. 물류비와 인건비, 빈병, 박스 값 등도 줄줄이 올랐다.
◇‘소주런’ 사태에 맥줏값 인상도 예고
소줏값 인상이 예고되자 대형마트에서는 소주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이마트에서 판매된 소주는 4일부터 9일 대비 79% 신장했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 의무휴업 기간인 점을 고려해 2주전 동일 기간과 비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역시 33.7% 판매가 늘었다.
판매 증가에 일부 매장에서는 소주 물량이 동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수요가 급증하며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 점포 간 물량 확보 경쟁도 벌어졌다. 각 점포들은 소주 발주를 최대한 늘렸지만 본사 역시 사전 물량을 비축해두지 않았던 만큼 공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소주에 이어 맥줏값 들썩이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주세법 개정안 적용에 따라 맥주의 세금이 ℓ당 20.8원 오른 855.2원으로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금이 오르는 만큼 맥주 출고가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비맥주를 비롯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은 맥주 출고가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석유류와 외식 부분의 물가가 오르면서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결제를 하고 있는 모습. 2022.2.23/뉴스1
소주의 단짝 삼겹살 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식당의 삼겹살(200g)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6983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1% 올랐다.
김밥 가격은 2769원으로 전년보다 8%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비빔밥(9192원)과 자장면(5769원), 칼국수(7769원) 가격도 각각 2~4%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가격 인상으로 냉편은 1만원에 육박했고 김치찌개 백반은 7000원대, 비빔밥은 9000원대로 상승했다.
외식뿐 아니라 집밥 부담도 커졌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데 따른 것이다. 두부·장류 시장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 지난달 초 가격을 올리면서 가공식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정보에 따르면 두부 가격(2월 24일 기준)은 5457원으로 전년 대비 8.5% 올랐고, 즉석밥인 햇반은 9.2% 오른 9815원이었다. 고추장 가격은 1㎏당 1만6674원으로 61.5% 치솟았고, 간장 가격도 19.8% 올랐다.
냉동만두와 밀키트도 가격이 올랐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 90g 2개 묶음 제품의 가격을 8480원에서 8980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5~6% 올렸다. 밀키트 시장 1위 기업 ‘프레시지’도 평균 7%씩 가격을 올렸다.
스팸·리챔 등 캔햄 가격도 7개월 만에 또 다시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스팸 가격을 약 5% 올린다. 대표 제품인 스팸 120g의 가격은 3500원에서 8.6%(300원) 오른 3800원으로 책정했다.
동원F&B도 다음달 2일부터 대평마트와 편의점에 유통되는 리챔 등 가공육 제품을 약 5% 안팎으로 올린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캔햄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위적인 먹거리 가격 인상에 서민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치솟는 물가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