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정부에 대(對)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적극 공조하겠다는 동참 의지를 전하면서 수출과 금융 등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과 양자면담을 갖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와 관련해 한미 양국의 고위 당국자 간 긴밀한 협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다.
수출 제재 관련해서는 “대러 전략물자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 배제 등 대러 금융 제재 동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간 협의·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아데예모 부장관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 조치와 공동 대응 의지 표명에 사의를 표한다”며 “이번 사태와 같은 무력 침공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돼서는 안 되고, 이에 대응한 동맹국 간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면담에서 양측은 오미크론 확산,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등 세계경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양국 간 정책 공조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한미 양국이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번 해외 일정에서 이 차관은 국제통화기금(IMF),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고위급 양자 면담을 진행했다.
먼저 지난 25일 오후 영국 런던 EBRD 본부에서 기후행동 특별기금에 한국의 참여 의사를 밝히고, 참여희양서(LOI)에 서명했다.
이는 녹색, 저탄소 등 기후 환경 부문을 중심으로 수원국의 지속 가능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다자기금이다.
이 차관은 마크 보우먼 EBRD 정책·파트너십 부문 부총재와의 양자면담에서 한국 신탁기금으로 지원 중인 EBRD 지식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보우먼 부총재는 “한국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경제혁신협력프로그램(EIPP) 등과 연계한 공동 컨설팅 확대를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이후 이 차관은 28일 워싱턴 D.C. IMF 본부에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국(APD) 국장과, 마틴 카우프만 한국 미션단장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한 세계 경제 리스크를 살폈다.
이 국장은 “오미크론 확산,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등으로 선진·신흥국 성장 전망이 모두 하향 조정됐다”고 진단했다.
카우프만 단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경제가 빠르고 강한 경기 회복 등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상존하지만 정책 대응 역량과 정책 여력을 감안할 때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차관은 방역, 피해계층 지원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같은 날 워싱턴 D.C. IDB 본부를 찾은 이 차관은 마우리시오 클래버-커론 총재와 양자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IDB 재정혁신협력기금에 올해 안으로 400만 달러를 출연한다는 내용의 신탁기금출연약정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차관은 앞으로 논의될 IDB 일반 증자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규모 등 대외 위상을 감안해 지분율(0.004%)에 대한 지속적인 확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클래버-커론 총재는 “IDB 버넌스 개선 과정에서 한국의 적절한 대표성 확보 문제에 관심을 갖겠다”고 답변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