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경영진 출신 박민석, 신설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임명 만두 등 6대 전략식품 육성 나서…英법인 상반기 신설, 해외공략 가속 이재현 장남의 ‘직속 상관’ 관심도
“맛있고 간편하고 영양가 있는 만두(delicious, convenient, nutritious mandu).”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를 이같이 소개했다. 실제로 미국 만두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 당초 중국식 만두와 일본식 만두가 엎치락뒤치락했다. 냉동식품이 몸에 안 좋다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일본 만두와 달리 피를 얇게 해서 만두소로 꽉 채워 영양의 균형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품명도 중국식 만두를 가리키는 덤플링(dumpling)을 안 쓰고 우리말인 만두(mandu)를 그대로 썼다. 현재 미국 자회사인 슈완스의 만두까지 합해서 CJ제일제당 만두는 미국에서 점유율 38%로 1위에 오르게 됐다.
CJ제일제당이 만두를 필두로 고추장, 김, 햇반 등 K푸드의 해외 영토 넓히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초에 해외 사업을 총괄할 식품성장추진실을 별도로 신설하고 미국 식품·유통사를 두루 거친 전략기획통을 영입했다. 세계 시장에서 K팝 스타인 BTS와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 문화가 인기인 점에 힘입어 올해를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거듭나는 ‘제2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 다국적기업 전략통 영입 “포스트 만두 찾아라”
CJ제일제당은 1일 신임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오레오와 밀카, 호올스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식품기업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박민석 씨(53·Minsok Pak)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신임 박 실장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과 컨설팅 회사 맥킨지, 완구회사 레고 등을 거친 식품·유통업에 능통한 전략기획통으로 꼽힌다. 글로벌 제과기업 ‘톱3’인 몬델리즈 현직 최고경영진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박 실장을 수차례 설득한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박 실장은 “K푸드를 전 세계 트렌드로 만드는 CJ제일제당의 비전 달성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CJ제일제당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6대 제품인 만두와 치킨, 김, 김치, K소스(고추장 등), 가공밥(햇반, 볶음밥 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은 만두를 위주로 해외 사업을 강화했지만 다른 제품군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의 중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이 6대 제품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국내 사업부와 분리된 글로벌 헤드쿼터(HQ)를 신설하고 해외 시장 공략과 신사업 발굴을 총괄할 식품성장추진실을 만들었다. 이 회장의 장남 선호 씨가 지난해 말 이 조직에서 임원(식품전략기획 1담당 경영리더)을 맡고 있어 신임 박 실장은 선호 씨의 ‘직속 상관’으로서 회사 생활의 사수 역할도 겸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K푸드 해외 공략, ‘제2의 원년’으로
CJ제일제당은 현재 절반에 육박하는 식품 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내년쯤에는 절반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식품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5조 원(CJ대한통운 제외)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의 매출을 거뒀다. 특히 식품사업 매출 9조5662억 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가 해외에서 나왔다. ‘K콘텐츠’ 붐을 타고 한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도 한몫했다.
지역별 전략도 구체화했다. ‘K푸드의 불모지’로 통하는 유럽 공략을 위해 상반기(1∼6월) 영국에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한식이 아직은 낯선 동유럽에서는 테이크아웃점인 ‘비비고투고’를 통해 현지에 비비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다. 그동안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거나 해외 생산 제품은 현지에만 판매하는 데 그쳤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특별한 K푸드의 경험을 제공하는 독보적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