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휴먼 ‘틸다’ 탄생 과정 스토리
“투자를 아낄 필요가 없습니다. 해야 되는 것, 하고 싶은 것 다 해봅시다.”
구광모 ㈜LG 대표의 답은 간단했다. 지난해 초 LG 인공지능(AI) 연구원이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에 대한 1억 달러(약 1205억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보고한 자리였다. 연구원 측에서 나아가 “AI 투자는 한 번이 끝이 아니다. 성과가 금방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하자 구 대표가 한껏 힘을 실어준 것이다. 구 대표는 4년 전 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줄곧 미래 성장동력으로 AI를 지목해 왔다. 2020년 12월 설립한 LG AI 연구원을 통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선제적 기술개발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한 LG의 인공지능(AI) 아티스트 틸다(왼쪽)와 박윤희 디자이너(가운데)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은 박 디자이너와 글로벌 인플루언서 아바 맥스가 찍은 사진에 틸다를 합성한 것이다. LG 제공
개발의 첫 단계는 AI 휴먼이 나아갈 목표부터 설정하는 것이었다. LG AI 연구원은 이 단계에서 최신 트렌드에 밝은 젊은 직원들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6개월 후 그 직원들은 10분 남짓한 동영상을 가져왔다. 결혼식이나 돌잔치처럼 가족의 소중한 순간을 담은 영상을 AI 휴먼의 감성으로 재편집한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 AI와 대화하면서 스케치와 채색을 하고, 결국은 그림을 완성한다. 결국 AI 휴먼이 사람들의 감성적인 작업에도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정한 셈이다.
두 번째 단계는 타깃 고객층을 정하고 그에 따라 AI 휴먼의 외형과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우선 타깃은 LG그룹의 미래 고객이 될 Z세대로 잡았다. AI 연구원은 이들의 수요를 분석해 틸다를 이렇게 규정했다.
디자인 콘셉트는 이를 바탕으로 ‘AI 휴먼에 의한 영감, 인간 전문가에 의한 디자인’으로 정해졌다. 외형을 디즈니나 픽사의 만화 캐릭터처럼 만들 것인지,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 것인지도 고민거리였다. 결과적으로는 최대한 인간에 가까운 현재 모습으로 결정됐다.
틸다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로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조만간 틸다가 그린 ‘그라피티’(담벼락에 스프레이나 페인트로 그리는 낙서 예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문을 받았을 때 대안을 제시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악과 춤까지 만들어 내려는 시도도 할 것이다. 이 상무는 “향후에는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메타버스 공간에서 틸다의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