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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선 “날짜-이름 적어 자가키트 사진 보내라”

입력 | 2022-03-02 03:00:00

교육부는 ‘자가 검사’ 의무 아닌 권고라는데…
오늘 초중고 개학… 학교 대혼란




경기 포천시에 사는 학부모 A 씨는 최근 초등학생인 아이 학교에서 공지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개학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 2회 실시하기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결과를 매번 교사에게 사진으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검사한 키트 아래에 날짜와 시간, 학생 이름을 적어 보내도록 했다. 한 번 검사한 키트를 ‘재활용’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A 씨는 “이게 강제 검사가 아니면 어떤 게 강제인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국 초중고교가 2일 일제히 개학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새 학기부터 학생들에게 주 2회 등교 전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할 것을 ‘권고’한 것을 두고 학부모와 학교 혼란이 여전하다.

일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사진 전송 등을 통해 자가 검사를 사실상 강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검사는 권고 사항이다. 이번 학기부터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에 자가검사 결과값을 입력하는 문항을 추가했다. 학부모들은 △검사하지 않음 △음성 △양성 가운데 응답하면 되고, ‘검사하지 않음’을 택해도 등교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자가검사는 절대 의무 사항이 아니다”며 “혹시라도 강압적으로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현장 안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자가검사 거부 움직임도 나온다. 한 맘카페에서는 “주위에 보니 학교에서 주는 자가검사키트를 모아 나중에 중고장터에 팔겠다는 사람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잇따르는 검사 거부 움직임에 “아이가 학교에서 확진될까 걱정된다”며 두려워하는 학부모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3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는 “자가검사를 하지 않거나, 학부모가 대신 검사한 뒤 결과를 속이고 등교하는 아이가 있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서 가정학습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초등학생은 올해 최대 38일까지 출석 인정이 되는 가정학습을 사용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 간다고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걱정돼 2주 동안 가정학습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등교하더라도 급식을 먹지 않고 점심시간 전에 하교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 B초교는 전면등교를 실시하되, 학부모들이 급식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급식을 먹지 않는 학생은 점심시간 직전 하교해 오후 수업을 과제로 대체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2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교에 물어보니 도시락을 싸와도 아이 혼자 교실에 있을 수 없으니 급식실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4교시 이후 하교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등교 전날까지 학교의 혼란도 여전했다. 서울 동작구 C초교 교장은 “지난주부터 학교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교육당국이 학교에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