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종말’ 후쿠야마 교수 진단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후퇴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 출처 미국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옛 소련 재건과 소련 붕괴 후 만들어진 유럽 안전보장 질서의 전복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70)는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냉전 종식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승리를 선언한 저서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국제정치학계의 세계적 석학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냉전 후 이어진 민주주의 확대 시대가 명확하게 끝났으며, 강권(强權)국가가 잇달아 대두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인류는 민주주의 후퇴 및 약체화에 대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앙 속에 일종의 광기에 빠졌다는 추측이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후 많은 러시아인이 강한 충격을 받았고, 국익 면에서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전망에 대해 그는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러시아가 병력을 전개해 미국이 참전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이 러시아의 다음 타깃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가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이번 전쟁의 결말에 달려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조기 침탈하면 나토나 미국이 거의 뒤집지 못한다. 대만에는 좋지 않은 전개”라고 진단했다. 반면 러시아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장기전이 될수록 중국은 대만 침공에 더 신중할 것으로 봤다.
후쿠야마 교수는 강권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민주주의 세력의 ‘재무장’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에 더욱 엄중한 제재를 가하고 다시 (민주주의 국가) 병력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나토는 러시아 위협에 맞서 연합훈련이나 병력 주둔을 강화해야 하고, 중국 군사력이 급속하게 커지는 동아시아 민주주의 세력도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