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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서 ‘3·1 만세운동’ 재현

입력 | 2022-03-02 03:00:00

고려인이 세운 ‘고려방송’ 개국
“숭고한 저항정신 널리 알릴 것”
우크라 돕는 물품-의약품도 모아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 100여 명이 1일 3·1절을 맞아 광주 광산구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GBS 고려방송 개국식을 가진 뒤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1일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103년 전 3·1운동의 함성이 재현됐다.

고려인마을은 이날 오전 11시 ‘GBS 고려방송’ 개국식을 가진 뒤 광주 광산구 월곡동 종합지원센터 앞에서 주민 100여 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 삼창을 했다.

고려인은 일제강점기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의 후손이다. 연해주 한인들은 1937년 당시 소련 정부에 의해 1만50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고, 옛 소련 10여 개 나라에 흩어졌다. 고려인마을은 2000년대 초반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던 귀국 고려인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현재 7000여 명이 살고 있다.

고려인마을은 올해 3·1절에 맞춰 1년 전부터 GBS 고려방송 개국 준비를 해왔다. 이날 개국하면서 고려인마을 소식을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광주와 전남 나주에 24시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일제에 항거하고 전 세계에 자주 독립을 선언한 숭고한 정신을 고려방송을 통해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러시아 침공으로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 돕기 운동에도 나섰다. 주민 중 350명가량이 우크라이나에서 이주해 왔다고 한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가족 친척 걱정에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우크라이나로 보낼 모포 수십 장을 모았고, 마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한국인 의료진도 의약품을 기부했다. 다문화 대안학교인 새날학교 교사 안드레이 리트비노프 씨(39·우크라이나)는 “한국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 우크라이나 돕기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