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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창업주 별세… NXC “우울증 치료, 美서 숨져”

입력 | 2022-03-02 03:00:00


한국 벤처업계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김정주 NXC 이사(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54세.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1일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NXC 측은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7월 NXC 대표직에서 16년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주요 경영 상황을 보고 받으며 글로벌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인재 영입 등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디즈니’ 꿈꿨던 벤처업계 대표주자

‘바람의 나라’ 개발 3대 게임사 일궈
김택진 대표 “살면서 가장 큰 고통”


넥슨은 올 1월 미국의 영상 콘텐츠 제작사 ‘AGBO 스튜디오’에 4억 달러(약 48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도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키우고 싶어 했던 김 이사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었다. 그는 NXC 대표 시절에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과 비트스탬프를 인수하고, 모빌리티 기술 기업 FGX모빌리티의 경영권을 사들이는 등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활발한 행보를 이어 왔다. 공유경제 등의 분야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국내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한국 게임업계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1994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넥슨을 창업하고 PC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출시했다. 김 이사는 온라인게임이라는 영역을 개척한 이 게임의 성공을 기반으로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 등을 인수해 넥슨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대형 M&A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 넥슨은 2000년대 초부터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 중 하나로 꼽혀 왔다. 현재 NXC는 김 이사가 67.49%, 부인 유정현 씨가 29.43%, 두 딸이 각각 0.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 회사 임직원 자녀들에게 별도의 선물과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던 김 이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넥슨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게임업계의 동반자이자 라이벌로 꼽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날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는 추모 글을 남겼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