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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푸틴, 자살하려면 히틀러처럼” 러 “민간인 위협-포격 안해”

입력 | 2022-03-02 03:00:00

양국 대사 유엔긴급총회 충돌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발언하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왼쪽)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대사. 뉴욕=신화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다시 충돌했다. 지난달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이 발표되자 설전을 벌인 지 5일 만이다. 서방을 비롯한 많은 국가는 러시아를 비판하면서 즉각 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세르게이 키슬랴크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대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핵무기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뒤 글로벌 안보 위협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같거나 오히려 더 높아졌다”며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키슬랴크 대사는 “그(푸틴)가 만약 자살하고 싶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그는 1945년 베를린 벙커에서 한 남자가 했던 것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2차대전 말기 독일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벙커에서 권총 자살한 아돌프 히틀러에 푸틴을 빗댄 것이다. 그는 발언 중에 현재 러시아를 독일 ‘제3제국’, 즉 나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가 전투의 즉각적인 중지와 외교적 해법의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러시아가 핵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 태세를 올린 것은 무서운 일이며 핵 분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주거용 빌딩과 민간시설에도 큰 피해가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이 사태가 최근 수십 년간 유럽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행동이 왜곡되고 있다”며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위협하지 않고, 민간인 지역에는 포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적대행위를 시작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양측의 자제만 촉구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냉전은 오래전에 끝났고 ‘냉전적인 사고방식’은 그만둬야 한다. 냉전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모든 당사자가 즉시 자제해야 한다”며 “정치적 해법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유엔은 193개 회원국 발언을 순번대로 청취한 뒤 2일경 투표로 러시아 규탄 결의안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러시아를 비판하는 국제 여론이 높은 만큼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총회 결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달리 구속력은 없지만 외교적으로 러시아를 더 고립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