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관리하다 보면 종종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가령 엔진룸에서 날카로운 쇳소리나 주기적인 잡소리가 난다거나, 평소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RPM이 오르내린다거나 등의 문제다. 그럴 때마다 정비소를 찾으면 정비사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진단 상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했다’ 혹은 ‘차량을 스캔해보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다’는 식이다. 운전자가 직접 파악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전자적 진단을 내려 문제를 파악했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스캔’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 출시되고 있는 모든 차량은 연료 분사나 점화 시기, 가변 벨트 타이밍, 공회전 등을 계측과 제어를 위한 센서가 탑재되고, 추가로 자동변속기 제어를 비롯해 구동, 제동, 조향 등 모든 정보가 수집된다. 이 정보를 조합하는 장치를 온보드 진단기(On-Board Diagnostics, OBD)라고 부르며, 표준화된 16핀 단자와 외부의 직렬 통신 단자를 연결해 차량의 상황을 진단할 수 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하나하나 찾는 게 아니라, OBD를 통해 확인된 고장진단코드를 기반으로 차량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비사가 ‘스캔’ 혹은 ‘진단’이라고 하는 과정이 바로 이 OBD를 통한 차량 확인이다.
인포카 앱을 통해 차량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출처=IT동아
하지만 일반 운전자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OBD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OBD에서 고장진단이 발생하더라도, 이 정보는 계기판을 통해 간략하게 표시될 뿐 직접 확인할 수 없다. OBD 스캐너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OBD 단자에 별도 장치를 연결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포카 OBD2 자동차 스마트 스캐너 (이하 IO180-IH)가 이를 위한 제품이다.
차량 스캔할 방법, 인포카 스마트 스캐너가 해결
차량의 OBD 단자에 인포카 IO180-OH를 장착한 예시. 출처=IT동아
인포카 IO180-OH 차량용 OBD 16핀 단자에 딱 맞는 크기의 작은 장치다. 장착 방법은 차량 대시보드 아래에 있는 퓨즈박스, OBD 단자를 연 다음 OBD 단자 모양에 맞춰 꽂기만 하면 된다. 이후 중간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전원 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동작 준비가 끝난다. 이 상태에서는 스마트폰의 설정을 통해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지만, 앱을 통해서 연결해야 한다.
앱을 설치하고 나면, 차량 정보를 설정한 뒤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된다. 이때 블루투스는 반드시 앱으로 연결해야 한다. 출처=IT동아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포카 앱을 다운로드하면 되며, 실행 후 계정을 생성하고 로그인한다. 그다음 OBD 장치의 정보 연동을 위해 제조사, 모델, 연식, 연료, 배기량 정보를 입력 후 하이브리드 및 ISG(스탑앤고) 차량 여부를 확인한다. 하이브리드 및 ISG 차량이 이 기능을 따로 체크하지 않으면 차량 전원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입력이 끝나면 메인 화면 우측에서 ‘연결’을 눌러 IO180-OH를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블루투스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Bluetooth LE 4.0 버전으로 연결하면 된다. 이후에는 차량 탑승 후 앱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인포카 앱을 통해 차량을 진단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아마 운전자가 인포카 IO180-OH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라면, 바로 이 ‘차량 진단’ 기능 때문일 것이다. 차량 진단은 진단은 1분 내외의 간단 진단부터 7분 이상 소요되는 정밀 진단까지 네 단계로 구성돼있고, OBD 프로파일을 수동으로 입력하고 고장 코드를 확인할 수 있다. 본인 차량에 고장 코드가 발견되지 않아 다음 과정까지 확인하진 못했으나, 고장 코드가 발생하면 장치에 발생한 문제에 대한 설명과 과거 고장 이력, 혹은 코드 삭제까지도 지원한다. 진단 중에는 차량에 시동을 건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주행 중이어서는 안된다.
모니터링 모드를 통해 차량 센서로 수집되는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모니터링 모드는 차량을 주행할 때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를 표기해 차량의 동작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표준 데이터로는 가속 페달 위치나 엔진 부하, 고장 표시등이 켜진 상태로 이동한 거리, 엔진 RPM, 냉각수 온도, 엔진 시동 후 가동 시간같은 단순한 정보부터 연료 시스템 상태 및 연료-공기 동등성 비율 최댓값, 등가 비, 촉매 온도, 흡기 매니폴드 절대 압력, 명령된 증발 퍼지 등 전문적인 정보도 함께 볼 수 있다. 아울러 엔진 RPM이나 가속페달 정보 등이 포함된 통합 그래프도 볼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도 제공된다. 차량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용자라면 간단히 정보를 확인하는 용도로 쓸만하다.
차계부 작성이나 주행에 관련된 부가 정보들도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또 한 가지 장점은 바로 주행 일지나 운전 스타일 등을 더욱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연비를 계산할 때 트립 컴퓨터의 표준 연비를 기록할수 밖에 없는데, OBD에 기록되는 정보를 통해 유류비와 누적 연료 소모량, 순간 연비, 잔여 연료량 퍼센트 등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속력이나 과속, 급가속, 급감속, 평균 연비나 공회전 등의 기록도 모두 제공돼 안전 주행이나 경제 주행 등의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주행 일지를 만들어 엑셀 형태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새 차량이라면 오일이나 타이어, 배터리, 냉각수, 에어컨 가스, 등화류 등의 소모품 교체 주기를 직접 입력해 관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인포카는 냉각수 온도, 흡기 압력, 흡기 온도, 회전 효율량 등을 장기간 데이터로 기록하는 엔진 상태, 휴대폰의 GPS 기록으로 차량의 마지막 주행 위치를 확인하는 기능, 주행 거리와 구간 등의 데이터를 확인하는 기능, 속도와 RPM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HUD 기능까지 간단히 제공된다.
아는만큼 보인다,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
인포카 IO180-OH는 차량 정비를 직접 진행하는 운전자, 혹은 차량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물론 정비사가 직접 진단기를 통해 확인하는 정보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면 IO180-OH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로도 충분히 보이는 게 많을 것이다. 반대로,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많다는 말은 모르면 보이는 것도 적다는 의미기도 하다. 차량을 운전하는 방법과 소모품 교체 정도만 아는 기자 입장에서는 연비나 차량 진단까지는 이해를 해도 모니터링이나 엔진 상태의 전문적인 정보까지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차량 시동이 꺼져도 IO180-OH는 꺼지지 않는다.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다면 수동으로 종료하거나 유휴 상태일 때 빼놓길 바란다. 출처=IT동아
한편, 차량의 시동이 꺼져도 IO180-OH가 꺼지지 않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OBD 단자는 차량의 시동이 꺼져도 전원이 차단되지 않기 때문에 IO180-OH를 꽂아놓은 상태에서는 계속해서 대기 전력이 소모된다. 자주 차량을 주행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미세한 대기전력으로도 방전될 정도로 상태가 불량하다면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는 IO180-OH의 문제라기보다는, OBD 자체의 기능적 특징이므로 운전자가 직접 조심하는 수 밖엔 없다.
가격은 전원 표시등이 없는 IO180-IH 제품이 4만 원대 후반이며, 전원 및 연결 상태를 표시해주는 IO180-OH 모델이 약 5만 원대 중반이다. 평소에는 알 수 없던 차량 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고 싶거나, 자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