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1일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서 서쪽으로 150km 떨어진 도시)에서 러시아 소방당국 구조대원들이 러시아군 폭격을 받아 무너진 병원과 아파트 잔해를 뒤지며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출처 UkraineNow 텔레그램 계정
도미닉 라브 영국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은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야만적인 전술로 대응할 것”이라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키이우 등 주요 도시를 일제히 포위해 폭격에 나서면서 시리아 내전인 2016년 정부군의 포위 작전에 수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알레포의 비극’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함에 따라 이를 다루기 위한 공개청문회를 7, 8일 연다고 밝혔다.
러, 국제법 금지한 병원까지 폭격
2일(현지 시간) 러시아 공수부대가 침투한 하리키우 북부 이 병원은 군 의료원으로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침략군(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교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네바협약 등에선 부상자와 병원 등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키이우 인근의 한 산부인과도 러시아군의 미사일에 파괴됐다. 아도니스 산부인과 원장은 페이스북에 포격으로 구멍이 뚫린 병원 사진을 올리며 “아무도 이곳에 오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호소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의 TV타워(방송수신탑)을 파괴하는 등 민간 시설에 대한 조준폭격도 이어졌다. 키이우에 시민들에게 대피 메시지를 발송하는 통신망을 차단하려 한 것. 이 공격으로 인근 바비야르 유대인 홀로코스트 기념관도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탈나치화 작전’이라고 주장했던 러시아가 나치에 학살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설을 파괴한 셈이다.
‘알레포의 악몽’ 재연 우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경찰청 청사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영상을 SNS에 게재하며 "러시아의 평화는 이런 방식"이라고 비꼬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캡처
특히 키이우 북부 인근에 길이 64㎞에 이르는 대규모 러시아군 탱크와 수송차량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30㎞가량 떨어진 곳 있다”며 “아직 상당한 전투력을 보유한 러시아군이 재정비하고 전술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키이우에서 포위 공성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인명 피해 규모가 시리아 알레포 수준의 악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 당시 정부군의 무차별 포격이 이뤄진 알레포에선 3만1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