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장님 집이 있는데, 그 집에 현금이 많아. 집이 언제 비는지도 알려줄 테니까 안방에서 현금 다발만 가져오면 돼.”
지난해 3월 2일 서울 강남의 한 다가구주택. 4인조 빈집털이 일당의 주범 권모 씨(30)는 평소 집에 자주 놀러가며 친하게 지내던 지인 A 씨가 이날 자녀의 입학식 때문에 외출한다는 사실을 공범 박모 씨(28)에게 알렸다. 권 씨는 A 씨 자택 현관문 비밀번호 등까지 알려줬고 박 씨는 다른 일당 2명에게 A 씨 집에 보관돼 있던 6억7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훔쳐 나오게 했다.
하지만 이들이 범행 당일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남긴 QR코드 등이 단서가 돼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박 씨가 범행을 시인하자 코너에 몰린 권 씨는 “(나는 범행과 관련이 없지만) 중재를 하겠다”며 2억6000만 원을 A 씨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권 씨가 결백하다고 믿은 A 씨는 돌려받은 돈을 다시 권 씨의 부동산 사업에 투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