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증여 의심사례 무더기 적발
뉴시스
30대인 A씨는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를 77억5000만 원에 사들였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자기 자금과 대출로 13억5000만 원을 조달했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64억 원에 대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17세 청소년 B씨는 부모에게 증여받은 돈으로 57억 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이 중 14억 원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돈은 모두 부모에게 편법 증여 받았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거래 내역을 국세청에 넘겼다.
시세 9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 거래 중 위법이 의심되는 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신고 된 9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 거래 7만6107건 중에서 이상 거래 7780건을 조사한 결과 위법 의심 거래 3787건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편법 증여 의심 거래가 2248건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거래가 12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증여액이 10억 원 이상인 거래도 24건이었다. 5세 어린이가 조부모로부터 5억 원을 편법 증여받아 14억 원짜리 부산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도 있었다.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사례도 나왔다. 20대 여성은 아버지 지인이 보유한 서울 아파트를 11억4000만 원에 매수하면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아버지 지인의 채무를 인수했다. 그런데 채무 인수에 합의한 사람은 이 여성이 아닌 아버지였다. 이 여성은 인수한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아버지가 이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딸 명의를 사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위법 의심 거래는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에 집중됐다. 서울 강남구가 3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서초구(313건), 서울 성동구(222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209건), 서울 송파구(205건)가 뒤를 이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