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우크라 시민들 “러가 공격목표물에 남긴 십자표시 지워라”

입력 | 2022-03-02 19:52:00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붉은색이나 형광색 ‘X’자 표식이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시민들은 러시아가 미사일 공격 목표를 쉽게 알아보기 위해 새긴 것으로 보고 해당 표식을 발견하는 즉시 가리는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수도 키이우의 고층 건물, 주거용 건물 옥상, 가스 배관 등에 X자가 등장했다. 몇몇은 과녁 모양과 유사하게 십자 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키이우시 당국은 “고층 건물 주민들은 옥상에 표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발견하면 즉시 흙 등을 이용해 덮어 달라”고 당부했다. 집 화장실에서 숨어 지낸다는 시민 아나스타샤 루소씨는 “성인은 물론 아이들까지 표시를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러시아 지상군이 키이우에 바짝 근접하자 시민들은 결사항전 태세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방위군을 상징하는 노란색 완장을 팔에 두른 시민들은 진입로마다 미로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 모래주머니 더미, 쇠와 나무, 낡은 타이어 등으로 만든 장벽을 직접 설치했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장난을 치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미 CNN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도시의 총기 상점들 앞에는 무기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몇 시간 동안 줄을 섰다. 민병대에 지원한 시민 로치슬라브 자보로드니 씨(26)는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지만 고향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항전 의지와 함께 두려움도 키이우를 덮쳤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탈출하기 위해 중앙역으로 몰려들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시민들은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무차별 폭격하는 결 보고 러시아의 포악성을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러시아가 병원, 유치원 등에도 닥치는 대로 공격을 가하면서 키이우 최대 어린이병원 ‘오크마치’의 어린이 응급환자들도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뇌종양 수술을 받은 여섯 살 소녀 데린카는 생명유지 장치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어 폭격 위험에도 소아 중환자실이 있는 지상 병동에 남았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