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성인지 예산을 놓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윤 후보가 성인지 예산의 일부를 삭감해서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국방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한 주장을 이 후보와 심 후보가 비판하면서 윤 후보를 나란히 협공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 극복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성인지 예산 제도”라며 “성인지 예산이 30조원인데 일부만 빼면 북한 핵위협으로부터 막을 수 있는 무기를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성인지 예산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것을 삭감해서 국방부에 쓸 수 있는지 말씀해 달라”고 윤 후보에 먼저 포문을 열었다.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은 흩어져 있는 예산들 중에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차원으로 만들어놓은 예산”이라며 “원래 일반 예산은 성과지표를 과장도 하고 확대도 할 수 있는 것이니, 저는 그런 예산들을 지출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예산들이라고 봤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어떤 거를 삭감할 수 있는지 한 말씀도 안 하신 것 같은데 후보님이 제시하신 정책 중에도 한부모지원강화사업 이런 게 다 성인지 예산”이라며 “이게 여성을 위한 예산이 아니고 남녀성평등을 위해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예산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훈계하듯 설명하곤, “이런 식으로 나라살림이나 행정에 대해서 모르고 마구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윤석열 양강 주자의 성인지 예산 공방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끼어들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 “성인지 예산제도 누가 만들었는지 혹시 아세요”라고 묻곤, “만든 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윤 후보가 답하자, 이에 심 후보는 “여기 있습니다. 제가 법안 만들어서 통과된 것입니다. 아직도 성인지 예산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심 후보의 면박에 윤 후보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곤란하죠”라고 순간 발끈했다.
심 후보는 또 “예산에도 성(性)이 있다. 여성 예산이 아니라, 고속도로 화장실을 이용할 때 여성은 신체구조상 1.5배 시간이 걸린다”며 “그래서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 10개씩 만들면 차별인 것이다. 10개와 15개 만들어야 동등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맞습니다”라고 공감했다.
윤 후보가 “성인지 예산에 대해서 왜 모르겠냐”며 성과지표를 언급하자, 심 후보는 즉각 “성과지표와 상관 없다”고 반박했다.
성인지 예산을 놓고 이 후보와 심 후보의 압박이 거세지자 국민의힘은 별도 설명자료를 내 윤 후보를 엄호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성인지 예산을 여가부 예산으로 오인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윤석열 후보는 성인지 예산이 여러 부처에 골고루 퍼져 있다고 했다”며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집권하면 성인지 예산뿐 아니라 성과가 부족한 예산에 대해서는 과감한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꼭 필요한 예산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