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2] 세계 750여 사업자연합회 GSMA… 망 이용 관련 처음으로 한목소리 ‘정부가 펀드 만들고 CP가 투자’… 실현 가능성 높은 방안으로 제시 작년 한국법원 판결 영향 받은 듯
증강현실 체험 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이탈리아 업체가 개발한 고글 형태의 증강현실(AR) 기기를 착용한 채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인 MWC 2022는 3일까지 열린다. 바르셀로나=신화 뉴시스
전 세계 750여 통신사업자가 참여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도 망 투자 분담 비용을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비용 분담 방식으로는 ‘민관 펀드’ 조성 방안을 제시했다.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이 망 사용 대가에 대한 공통 입장을 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GSMA 이사회 멤버인 구현모 KT 대표는 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사회 결정을 전했다. GSMA에는 세계 220여 개국의 통신 사업자 75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GSMA 산하 정책 연구 그룹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모바일에서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의 비중이 40%에 달한다”며 “지금까지 통신사업자들만 부담하던 망 투자를 글로벌 CP가 분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비용 분담 방법으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고, 글로벌 CP가 이에 투자하는 방식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고, 이를 이사회가 채택한 것이다.
통신사업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해서 당장 CP에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 대표는 “(구체적인 실행은) 법을 만드는 국회나 법을 집행하는 쪽의 영역”이라며 “의견을 모았다고 해서 당장 실행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통신사를 중심으로 CP에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등 13개 유럽 주요 통신사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낸 바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AT&T, 버라이즌 등이 주도하는 미국 통신사업자연합회 US텔레콤이 빅테크 기업의 성장이 망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글로벌 통신사들의 목소리가 커진 데는 넷플릭스와의 소송전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국내 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내려진 해당 판결은 망 이용 대가에 관한 세계 첫 판결로 관심을 모았다. 국회에서는 CP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의 망 이용 대가 부담 이슈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