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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동규 “황무성 앉혀놓고 일은 내가 결정할 것”

입력 | 2022-03-03 03:00:00

2013년 성남도개공 사장 임명전… 남욱에게 ‘골프쳤다’며 영입 시사
5개월후 실제로 황 前사장 취임… 檢, 정영학 녹취록서 ‘내용’ 확인
남욱도 작년 10월 檢조사서 진술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가 2013년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임명 전부터 “(사장에) 전문가를 앉혀놓고 일은 내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013년 4월 17일자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다.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오늘 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오실 분하고 골프 치고 왔다. A건설 사장이셨다네”라는 유 전 직무대리의 발언을 전한 내용이 담겼다.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이어 “대외적으로 명분이 있어야지, 자기 사람 갖다 앉혔다 그러면 파토다. 전문가 앉혀놓고 내가 결정해서 해야지. 형 믿고 일하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A건설 임원을 지낸 황 전 사장은 이들의 대화 이후 2013년 9월 임기 3년의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5개월 전에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도 “(유 전 직무대리가) 황 전 사장은 자리에 앉혀놓고, 자기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다 하겠다고 제게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30년 경력의 황 전 사장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 등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황 전 사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출자 비율에 따라 최대 50% 이상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그리고 열흘 후인 2015년 2월 6일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으로부터 사퇴를 종용받고 그날 곧바로 사직서를 냈다. 임기 1년 7개월여를 앞둔 상태였다.

황 전 사장의 사직서 제출 후 일주일 만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익 50%’ 대신 고정이익 약 1822억 원만 가져가는 내용이 담긴 공모지침서가 공고됐다. 이를 두고 황 전 사장이 유 전 직무대리 등이 설계한 대장동 개발 계획에 걸림돌이 돼 사퇴를 강요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황 전 사장 사퇴 강요 관련 수사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