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서울팝스 단원 3인, 우크라로
지우즈킨 드미트로 씨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돌아가 총을 든 모습.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제공
“신랑, 걱정이에요. 폴란드 갔다가 우크라이나 들어갔어요. 총 든 사진 보냈어요. 전쟁하러 갔어요. 아휴.”
전화를 받은 우크라이나인 나타샤 드미트로 씨(48)는 2일 우리말로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남편인 우크라이나인 지우즈킨 드미트로 씨(47)는 이날 군용 차량 앞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사진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왔다. 지우즈킨 씨는 단원 72명이 있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단원이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다 지금 우크라이나 고향에서 총을 잡은 이는 두 명 더 있다. 비올라 주자 레우 켈레르 씨(51)와 트럼펫 연주자 마트비옌코 콘스+틴 씨(52)다. 이들은 지우즈킨 씨를 따라 고국으로 떠났다.
우크라인 아내 “빨리 전쟁끝나 신랑 돌아오게 해주세요”
사단법인인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단원 중 금관을 중심으로 한 여러 명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왔다. 이들은 충실한 연주력과 성실한 근무 태도로 한국인 단원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드리우면서 지우즈킨 씨는 “우크라이나에 가봐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지우즈킨 씨는 고향 키이우에 있는 어머니를 3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다. 나타샤 씨는 “내 엄마와 동생 아이들, 같이 폴란드로 갔어요. 가족들 거기 있고, 신랑, 혼자 우크라이나 갔어요”라며 울먹였다.
우크라이나로 떠난 지우즈킨, 켈레르, 콘스+틴 씨는 동료 단원들에게는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의 하성호 상임지휘자는 말끝에 울먹였다.
“지우즈킨 씨는 아주 성실한 친구죠. 2002년부터 16년째 우크라이나 친구들 모두 너무나 성실해요. 전장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을까 봐, 아는 입장에선 더 걱정입니다.”
나라 사이가 험하든 좋든 러시아 단원들과 우크라이나 단원들은 친하게 지냈다. 하 지휘자는 “국제적 환경이 가져온 현실이 안타깝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타샤 씨는 “일요일, 서울 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 모여서 또 전쟁 반대 외치기로 했어요. 한국 사람들, 도와주세요. 전쟁 빨리 끝나게 해주세요. 신랑 어서 돌아오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우리말을 이어가던 그는 마지막에 영어로 덧붙였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