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전기차 공유 회사 ‘레벨’의 파란색 테슬라 택시. 우버, 리프트 등 기존 차량 공유 서비스와 달리 운전사를 직접 고용해 진화한 플랫폼 서비스로 꼽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유재동 뉴욕 특파원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지 타임스스퀘어 광장. 미 전기차 공유회사 ‘레벨’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남쪽 유니언스퀘어까지 가는 차량을 호출하자 5분 만에 파란색 차가 도착했다. 최근 뉴욕의 새로운 명물로 꼽히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택시, 즉 ‘블루캡’이었다. 기존의 노란 택시 ‘옐로캡’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차량 내부 또한 옐로캡과 사뭇 달랐다. 조수석 뒤에 달린 커다란 터치스크린에는 탑승하고 있는 기자의 이름이 있었다. 앱을 통해 탑승자의 이름을 미리 표기해주는 섬세한 서비스였다. 이 화면을 통해 차량 내부 및 시트 온도를 조절하고, 듣고 싶은 음악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했다.
천장에는 시원한 선루프도 있어 탑승 내내 맨해튼의 푸른 하늘을 즐길 수 있었다. 기사는 “많은 손님들이 전기차의 여러 기능을 경험하는 일을 즐긴다. 요금도 일반 택시와 크게 차이가 없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기사 직고용한 ‘레벨’
블루캡은 지난해 8월 뉴욕에 등장했다. 현재 50대의 차량이 맨해튼 72가 아래 지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라과르디아 국제공항 등에서 운행되고 있다. 회사 측은 당국과 협의해 운행 대수를 대폭 늘리고 운행 범위 또한 맨해튼에 국한하지 않고 퀸스, 브루클린 등 다른 보로(borough·한국의 구 개념)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블루캡의 탄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옐로캡, 우버 등 기존 운송수단 운영자들의 반발이 거셌고 경쟁 격화를 우려한 당국 또한 허가를 주저했다. 레벨 측은 블루캡이 전기차를 이용한 친환경 서비스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했고 결국 허가를 따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해당 플랫폼이 정한 수수료만 받을 수 있고 회사의 업무 지시, 평가, 제재를 받기에 이런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 근로자는 회사가 성장하면 임금 인상, 성과급, 스톡옵션 등 다양한 보상을 받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그 과실을 누리기 어려워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이에 레벨은 운전사를 직접 고용했다. 레벨 운전사들은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최저 임금, 유급 휴가 등의 혜택을 누린다. 우버 운전사와 달리 차량 또한 본인이 마련할 필요가 없다. 보험 처리가 된 회사 차량을 쓰고 충전 또한 브루클린에 있는 레벨의 전용 충전소를 이용한다.
레벨은 뉴욕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기사가 아닌 충전소 인근 주민들 또한 이곳에서 충전할 수 있다. 기자를 태운 운전사 또한 “회사가 우리를 직접 고용하는 데다 복지 혜택도 많아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택시 면허 얻은 ‘그래비티’
뉴욕에는 레벨 외에도 전기차를 이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또 있다.
미 차량공유 스타트업 ‘그래비티’는 지난해 말부터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하E’를 이용해 택시 사업을 하고 있다. 레벨의 블루캡이 기존에 없던 전기차 택시 서비스를 선보였다면 그래비티는 직접 뉴욕의 택시 면허를 획득했다. 현행 옐로캡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요금 또한 일반 택시와 같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출신인 모셔 코언 그래티비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시민이 길거리에서 불러 세우고 싶은 가장 똑똑하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택시를 고안했다”며 새로운 전기차 서비스들이 뉴욕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즉 일반 차가 아니라 전기차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레벨과 그래비티는 우버와 리프트보다 한 단계 진화한 플랫폼 기업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고속 식료품 배달도 활황
식료품 배달 서비스 또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뉴욕에서 인기를 끈 배달 앱은 ‘인스타카트’다. 모바일을 통해 필요한 식료품을 주문하면 ‘쇼퍼’가 마트에서 대신 상품을 구입한 뒤 집으로 가져다준다. 보통 주문 후 2시간 안에 배달이 완료된다.
미국의 초고속 식료품 배달 서비스 ‘고릴라스’의 배달 기사가 매장 앞에서 고객의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스쿠터 등을 이용해 주문 후 10분 만에 식료품을 고객 집에 배달해 준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빠른 서비스를 위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핵심 제품만 배송하고 서비스 지역도 인근 몇 km 이내로 제한한다. 부동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땅값이 저렴한 곳에 대형 물류 창고를 건립하는 기존 유통업체와 정반대 전략을 택한 것이다. 기자가 우유, 스낵 등 식료품 몇 개를 직접 주문해 봤더니 정확히 10분 만에 배달 기사가 상품을 들고 나타났다.
배달 수수료도 저렴하다. ‘프리지노모어’는 배달비가 아예 없다. 다른 서비스 또한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수수료가 없거나 주문 금액에 관계없이 1∼2달러 남짓의 수수료만 낸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초고속 음식 배달 서비스가 보행자와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초를 다투는 빠른 배달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보니 배달 기사가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일부 시의원은 초고속 배달 서비스 업체의 홍보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