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프랑스에서 30년 넘게 살고 계신 80대 노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소금에 절인 대구이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이 대구는 주로 포르투갈에서 수입되는데 포르투갈어로는 ‘바칼랴우’, 프랑스어로는 ‘모뤼’로 불린다. 포르투갈에서는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음식으로, 요리 레시피가 약 1000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포르투갈 여행 시 에그 타르트와 더불어 여행객 지갑을 열게 하는 재래시장의 이색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로 여행이 힘든 요즘, 이 음식이 생각날 때 카르푸 같은 프랑스의 대형마트나 파리에 있는 포르투갈 슈퍼마켓에 들러 바칼랴우를 구입한다. 프랑스 아파트 관리인의 상당수가 포르투갈 이민자다. 나는 포르투갈에서 온 우리 아파트 관리인 아주머니와 가깝게 지내던 중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대구를 파는 포르투갈 마켓을 운 좋게 알아낼 수 있었다.
생선에 소금을 치는 염장은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동서양에서 500년 이상 사용해온 방법이다. 우리의 안동 고등어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신선한 상태에서 소금에 절인 생선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생선이 대구라는 생각을 프랑스에 사는 동안 갖게 되었다.
소금이 과하다 못해 외관을 하얗게 덮은 대구를 맛있게 먹으려면 조금 비싸더라도 큰 덩어리를 골라야 한다. 자잘하게 잘려진 대구는 조각난 쥐포를 먹을 때 느낌처럼 쫄깃한 생선의 결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을 준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바칼랴우 요리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크기에 상관없이 소금에 절인 대구를 찬물에 담가 염분을 뺀 다음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잘게 찢은 대구에 튀긴 감자, 양파, 달걀 등을 섞거나 튀김 반죽을 입힌 뒤 마늘과 함께 조리하는 ‘바칼랴우 아사두’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염분을 충분히 뺀 대구를 올리브 오일에 구워낸 다음 물에 만 밥과 함께 먹는 방법이 가장 알맞지 않을까 한다. 단단하면서도 쫄깃한 대구의 식감은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 못지않게 신선하다. 바칼랴우는 비가 잦은 유럽의 을씨년스러운 겨울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입안 가득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별미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