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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백악관 침공경고한 ‘1월 18일’에 우크라 공격 승인…이후 연막작전

입력 | 2022-03-03 11:14:00

우크라軍, 러시아 기밀문서 입수해 공개



모스크바=AP/뉴시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이미 1월 18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 계획을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러시아군은 침공 개시 보름 만에 우크라이나 전국을 장악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같은 내용이 적힌 러시아군 기밀문서를 입수해 2일(현지 시간) 온라인에 공개했다. 당시는 미국과 서방이 전쟁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 잇달아 접촉하며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을 때여서 “푸틴 대통령이 철저히 국제사회를 농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그간 러시아가 취했던 외교 행보들은 공격을 속이기 위한 연막작전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군 동부작전전술부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주한 러시아군의 거점에서 러시아 비밀문서들을 입수했다”고 밝히며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연방 흑해함대 제810 해병여단 전술부대의 문서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러시아군이 계획한 우크라이나 영토 내 작전지도, 병참 창고목록, 부대 인원 등이 상세히 기록됐다.



특히 이 문서 제일 첫 장에는 침공 계획이 ‘1월 18일’ 승인됐음을 나타내는 서명과 날짜들이 적혀 있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당초 2월 20일을 침공 디데이로 정했고, 약 보름 뒤인 3월 6일 우크라이나 점령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러시아군의 작전용 무선호출부호도 2월 20일부터 3월 6일까지의 것만 있었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제 침공은 계획보다 4일 늦은 2월 24일에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월 18일 침공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면 이미 그전 몇 달, 몇 년에 걸쳐 세부 계획은 다 결정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침공 계획이 승인된 1월 18일은 바로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한 날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 다음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군사 공격하거나 우크라이나로 침투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히스테리”라며 침공설을 부인했었다.


이날 공개된 문서는 라브로프 장관의 주장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또 침공 승인 날짜와 미국의 경고가 같은 날 나왔다는 점에서 당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승인 사실을 인지한 뒤 세계에 경고를 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군의 여타 작전 계획도 문서에 적혀있었다. 문서를 가지고 있던 제810 해병여단은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아조프해 연안에 상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후 러시아군 58부대, 흑해함대 소속 제177 해병연대와 함께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멜리토폴을 장악할 계획이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에 진격 속도가 늦춰진 상황이다. 포로로 잡히는 러시아군이 늘고 있고 불타거나 파괴된 러시아군 장갑차, 탱크도 시내 곳곳에서 포착됐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스팅어 미사일 등 대공, 대전차 무기와 전투기를 추가 지원하기 시작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더딘 진격 속도에 분노하며 측근들을 비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가 계획했던 ‘3월 6일 우크라이나 장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유로마이단프레스는 “러시아가 전쟁 전에 민스크 협정 준수를 문제 삼은 것, 또 침공 계획이 승인된 1월 18일 이후 러시아가 보였던 모든 외교적 행보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의 회담, 정상간 대화 등은 군사작전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