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확진자인지 확인도 안하는데 나서서 검사받진 않을 생각입니다.”
광화문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반문했다.
김씨는 “정부가 영업제한을 하고도 보상을 안 해주는데 확진되더라도 밝힐 필요를 못느낀다”며 “진짜 아픈 게 아니면 굳이 나서서 검사받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피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확진 판정을 받아서 좋을 게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부분 “확진돼도 어차피 재택치료”, “격리로 (장사나 공부 등) 뒤처질까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송파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30대 장모씨는 “자영업자들은 강압적이고 일관적이지 못한 정부 정책에 2년간 시달렸다”며 “거기다가 방역에 협조할 유인도 이제 없으니까 나 같아도 코로나19 검사를 안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우리 돈을 내면서 장사하는건데 누가 확진 판정을 받고 문 닫으려고 하겠느냐”며 “일관성도, 근거도 없는 정부 정책이 초래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취준생도 “업무·공부 차질 우려로 검사 안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9만8803명 발생한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2.3.3/뉴스1 © News1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직장인 최모씨(27·여)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다거나, 중요한 일이 있다면 나 같아도 검사를 안 받을 것 같다”며 “예전처럼 치료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약국에서 종합감기약 사먹는 것이 끝인데, 확진 판정을 받아도 좋을 것이 없어 기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49)도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었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다.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자가격리로 인해 이달 말까지 마쳐야 하는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다.
A씨는 “3차 백신접종까지 끝냈기 때문에 확진되더라도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코로나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가격리에 따른 업무 차질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은 대가는 컸다. A씨의 아내와 초등학생 두 자녀 모두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된 취준생 이모씨(28·여)는 “사람이 줄었다지만 PCR 검사를 받는데 대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며 “몇년을 준비해야 하는 인생이 걸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선 그런 시간들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최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배달기사들이 코로나19 확진에도 PCR 검사를 받지 않고 배달을 이어갔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배드림에선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온 배달기사가 “PCR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으면 밖에 못 돌아다니니까 안 받겠다”는 글을 올려 비난을 샀다. 또 다른 배달기사는 “배달 중 손님이 코로나19에 걸려 미안하다며 간식을 줬는데 나도 3일차 확진자라고 괜찮다고 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 “확진자 훨씬 많을 것…방역 풀어버리니 국민들도 검사 안받아”
개학날인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제검사를 위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지급받고 있다. 2022.3.2/뉴스1 © News1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이 병은 약한 병이라고 얘기하고 여러 방역조치를 다 푸니까 국민들도 이제 검사 안 받고 약들로 그냥 버티려고 하는 것”이라며 “확진자 20만명 얘기가 나오는데 2배 정도는 더 있다고 봐야한다. 정점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병상을 2700개 마련해서 부족하진 않겠지만, 다른 위급환자나 중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난 12월에도 코로나19로 평소 사망자보다 더 많은 2200명이 사망했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초과사망률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 방역패스 중단, 전면등교 등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줘 코로나19가 별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며 “더군다나 PCR검사도 60세 이상 고위험군에게만 제공되고 나머지는 자비로 해야되다보니 확진자들이 부담을 느껴 검사를 받지 않고 코로나19를 계속 전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황과 반대로 방역을 풀어왔기 때문에 당분간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기름을 붓고 있어 확진자 수가 30만~40만까지는 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PCR 검사를 유료로 바꿔 금액적으로 부담이 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은 확진돼도 격리만 당하고 치료제는 못 받는 등 검사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독감에 타미플루를 처방받듯 코로나19도 팍스로비드 같은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다면 검사를 더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렇지 않다보니 검사 건수도 증상자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통계적으로 지금 나오는 확진자 수보단 3~5배 정도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