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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에도 ‘부동산 민심’ 바닥…15개 정책평가 중 최하위

입력 | 2022-03-03 12:03:00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2021.12.31/뉴스1 © News1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금이 마침내 하락세로 반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매가는 2년 5개월 만에, 전세금은 2년 8개월 만에 나타난 변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쏟아낸 각종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공급 대책 등이 맞물려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한 뒤 하향 안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긍정평가가 최저수준에 머무는 등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집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졌다는 인식에다 가격 급등에 따른 각종 세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에 신도시 후보지 땅 투기 논란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개혁 등과 같은 정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 2년여 만에 꺾인 부동산 가격
전국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금이 마침내 떨어지기 시작했다.

3일(오늘)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2월 4주차(2월 2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에 이어 0.01% 하락세를 유지했다.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19년 9월 2주차 이후 128주(2월 21일 기준 약 2년 5개월)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0.03%로 전주(-0.02%)보다 하락폭을 키웠고, 수도권은 전주와 동일한 -0.02%를 기록했다. 나머지 지방지역은 전주에 이어 0.0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방지역도 2020년 5월 첫째 주(0.00) 이후 1년9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춘 것이다.

아파트 전세금도 -0.02%로 전주(-0.01%)보다 하락폭을 키우며 3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이런 분위기는 민간 시세 조사 기관인 KB국민은행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1%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세금은 전주 대비 0.02% 떨어지면서 2019년 6월 2주차(-0.02%) 이후 약 2년8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출범 이후 30차례에 가까운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며 속앓이를 해왔던 정부는 이런 변화에 고무된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3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이 이제 변곡점을 지나 추세적 하향안전 국면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런 주택가격 조정이 지속·확대되도록 시장안정을 견인했던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주택공급대책의 집행속도를 높이고, 투기근절 대책과 부동산시장 유동성 관리방안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바닥을 기는 부동산 민심
하지만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민심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긍정평가가 전체 응답자의 10%에 머무는 등 바닥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가 2일(어제) 공개한 ‘주간리포트’에 따르면 정부의 주요 15개 정책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 부동산은 12%의 지지를 받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28일까지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이다.

또 9월 이후 이번 조사까지 6차례 진행된 정책평가에서 평균 10%의 지지율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또 매번 조사 때마다 최하위였다. 국정 전반에 대한 긍정평가가 39~44%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정책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지난달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전연령대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었지만, 30대가 특히 부정적이었다. 18~29세(10%) 40대(16%) 50대(15%) 60세 이상(11%) 등은 그나마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지만 30대는 5%에 불과했다.


● 정책의 거듭난 실패와 지키지 못한 개혁에 대한 불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했다.

우선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앞세워 30차례에 가깝게 쏟아낸 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특히 정권 초기 공급은 무시한 채 수요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책을 남발하면서 수급 불안을 가중시킨 결과 집값이 급등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잇단 주택 관련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나 집을 넓혀가려던 실수요자들의 발목이 잡힌 것도 불만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30대의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밖에 가격 급등으로 인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크게 급증한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부담마저 늘린 것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광명시흥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땅 투기 혐의로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던 LH에 대한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 점도 불신을 키운 요인 가운데 하나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3월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터지자마자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LH 혁신방안 35개 중 기능 및 조직 개편과 관련한 핵심 과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LH 직원 대상 △실사용 목적 외 토지 취득 금지 △부동산 거래 정기조사 △유관기관 취업제한 등 내부 통제 작업은 진행됐지만 정작 핵심인 조직 분리 작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LH가 주도하는 2·4 대책에서 공공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