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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숨진 KF-5E 추락, 머리카락보다 좁은 구멍 2개 탓

입력 | 2022-03-03 15:54:00


지난 1월11일 경기 화성시 상공에서 발생한 KF-5E 제공호 전투기 추락 사고는 엔진으로 가는 관에 생긴 머리카락 두께보다 좁은 구멍 2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공중전투사령부 감찰안전실장 등 17명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1월11일 심정민 소령이 조종한 KF-5E 전투기 기체 우측 엔진의 연료 도관에서 연료가 샌 것으로 드러났다.

잔해 조사 결과 기체 우측 엔진 도관에 머리카락보다 작은 구멍 2개 발견됐다. 이 구멍을 통해 연료가 1~2ℓ 센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구멍은 도관의 피로 또는 부식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공군은 밝혔다. F-5 계열 전투기에서 연료 도관 누설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한 심 소령은 공대지 사격 임무를 위해 수원 기지를 이륙했다. 이륙 과정에서 새어나간 연료에 불이 붙었다.

심 소령은 기체 결함을 인지한 뒤 수원 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선회하려 했지만 전투기 기수가 갑자기 들렸다. 상승 하강 기동이 안 됐다.

기동이 안 된 것은 수평 꼬리 날개 탓이었다. 수평 꼬리 날개는 상승 하강 기동을 제어하는 장치다. 새어나간 연료는 수평 꼬리 날개를 작동시키는 케이블 부근까지 유입됐다. 불이 나면서 수평 꼬리 날개를 제어하는 케이블이 손상됐다. 이로 인해 전투기가 조종 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수가 급격히 떨어지자 심 소령은 비상 탈출을 위해 탈출을 2번 외쳤다. 심 소령은 정면에 민가 지역을 발견하고 이를 피하려 했다.

상하 기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옆 방향으로의 기동만 가능했다. 심 소령은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고 전투기는 수원 기지 남서쪽 약 6㎞ 지점에 있는 야산에 추락했고 심 소령은 결국 숨졌다.

해당 전투기의 엔진 점검 주기는 비행시간 기준으로 90시간 남아있었다. 엔진 도관은 4년 전 엔진 창 정비를 통해 교체됐고 교체 후 500여시간 비행이 이뤄졌다. 점검 주기인 600시간이 되기까지는 90여시간 모자란 상태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