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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부부, 생후 4일 아기 안고 걸어서 우크라 국경 넘어

입력 | 2022-03-03 15:53:00


한 미국인 부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생후 4일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우크라이나를 무사히 빠져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인 의사 부부인 제시와 제이콥 뵈크만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대리모를 통해 딸을 출산하기 위해 우크라 수도 키이우로 향했다.

이들 부부는 2월13일 키이우에 도착, 같은 달 22일 딸이 태어났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이 부부의 기쁨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제시는 “24일 오전 6시 폭발 소리에 잠에서 깼다”며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당일을 회상했다. 제이콥은 “아기가 아직 퇴원하지 않았고, 병원은 폭격을 받은 곳에서 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는 즉시 떠나야 한다고 결심했다. 의료진은 반대했지만 부부는 24일 오전 8시 아기를 안고 퇴원했다.

부부는 차로 6시간 가량 가야 하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있는 임시 미국대사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가는 도중 대사관이 폐쇄됐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우크라이나 서북부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폴란드로 경로를 변경했다.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행렬로 교통 체증이 계속됐다. 키이우에서 출발한 지 24시간이 지났지만 국경까지는 아직 20㎞를 더 가야했다. 차량 혼잡으로 차는 거의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차 안에서 무기한 기다리거나 걸어서 국경까지 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제이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해가 지기 전에 국경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밖으로 나가 걷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차 밖은 너무 추웠다. 영하권 날씨는 태어난지 4일된 아기가 견디기에는 너무 혹독했다. “정말 추웠다”며 “가장 큰 걱정은 저체온증이었다”고 제이콥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걸어서라도 가지 않는다면 언제 국경을 건널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부부는 아기를 안고 걷기로 결심했다.

부부는 10~20분마다 아기가 잘 있는지 숨은 잘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당시 부부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우크라이나 탈출을 감행한 자신들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이 부부는 그렇게 3시간을 걸어 드디어 국경에 도착했다.

그러나 국경에 도착했을 때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국경에는 우크라를 빠져나가기 위한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으로 가득 차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

제시는 “혼돈 그 자체였다. 줄도 없었고, 상황을 통제하는 사람들은 기관총을 든 우크라이나 국경 경비대원 3명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좁은 국경문을 통과하기 위해 서로 밀치고 싸웠다. 아이들은 울고 여성들은 비명을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밀려서 아기가 깔릴까 걱정스러웠다”고 덧붙였다 .

혼돈 속에서 부부는 헤어졌다.

군중들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던 제시를 배려해 제시와 아기를 문 앞으로 밀었다. 결국 그녀는 아기와 함께 국경문을 통과했지만, 남편인 제이콥은 없었다. 18~60세 사이의 우크라이나 남성은 전투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국경을 쉽게 넘지 못했다. 제이콥은 미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위조 여권이 아닌지 의심을 받아 건너지 못했다.

아기는 배가 고파 울어 댔지만, 분유와 물병이 든 가방은 제이콥이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폴란드 측에서 마련한 우크라이나 난민 환영센터에서 분유를 받을 수 있었다.

제이콥은 6시간 만에 미국인인 것이 입증돼 국경을 넘어 가족과 재회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1일 자택인 캘리포니아 서부 도시인 코스타메스에 아기와 함께 무사히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