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사상자를 옮기고 음식과 약품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길을 터 달라. 그렇지 않으면 이 도시는 곧 죽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의 이고르 콜리카예프 시장은 2일(현지 시간) 오전 페이스북에 이렇게 올렸다. 러시아군이 시를 포위하고 포격을 퍼부어 사상자가 속출하자 올린 절박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가 바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8시간 뒤 그는 “무장 군인들이 시의회를 차지했다”며 헤르손이 점령당했음을 인정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주요 도시를 장악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군은 침공 첫날부터 흑해 연안 주요 항구도시인 헤르손에 집중 포격을 퍼부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한 자칭 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 그리고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몰도바의 친러시아 반군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이 원하던 육상 교두보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사흘 전부터 64km 행렬을 이루며 키이우 북쪽 외곽까지 진격한 대규모 러시아군의 전진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그 이유는 전열 재정비일지도, 병참 부족일지도, 우크라이나군 저항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날 처음 자국군 피해를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498명이 숨지고 1597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군은 사망자 2870명, 부상자 3700명, 포로 572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 사망자가 적어도 6000명을 넘는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 ‘벨라베슈 숲’에서 3일 2차 휴전협상을 한다고 밝혔다. 벨라베슈 숲은 1991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정상이 모여 소련 해체와 독립국가연합(CIS) 결성 협정을 맺은 곳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