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8일째를 맞은 가운데 외교부는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일행이 루마니아 접경 도시 체르니우치(체르니브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3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포함한 공관원들이 현지 시간 2일 오후 10시가 다 된 시간 체르니우치에 도착해 임시대사관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민 6명도 동행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체르니우치까지 평소 같으면 5시간 정도 걸리지만, 현재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곳곳에 검문소가 많아 이동이 지연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경찰당국 협조 덕에 이동 과정에서 큰 위협은 없었다. 공관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동 차량에 눈에 띄게 큰 태극기를 붙여뒀다. 한국 이동팀 뒤에 있으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다른 차량 10여대가 한국팀 차량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김 대사를 포함한 공관원들은 체르니우치에 먼저 도착한 다른 공관원들과 합류해 임시사무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들은 체르니우치, 르비우(리비프), 루마니아 임시사무소에 나눠 근무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 및 출국 지원 활동을 하게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은 40명으로 집계돼 전날보다 2명이 줄었다. 해당 2명은 우크라이나 인근 몰도바로 출국했다.
김 대사 등과 함께 이동한 6명을 포함한 14명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국경으로 이동 중이거나 출국을 준비 중이다. 이외 26명은 이동상 위험,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현지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아울러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주우크라이나 대한민국 대사관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대사관은 철수한 적이 없고, 우크라이나 내의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해서 업무를 다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간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키이우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비교적 안전한 서부 도시 르비우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여섯개의 주우크라 대사관이 계속 운영을 고수해왔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현재 대부분 키이우 밖으로 이동했다고 알려졌다.
최 대변인은 “불가피하게, 보다 안전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