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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정유사 제재-신용등급 6단계 강등…‘돈줄죄기’ 본격화

입력 | 2022-03-03 17:08:00


미국 등 서방이 연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의 자금줄인 정유업계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운 벨라루스까지 제재했다. 최대 아킬레스건인 에너지 금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12일(현지 시간)부터 러시아 은행 7곳을 결제망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경제의 타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또한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인 ‘B’로 6단계 강등했다. 미국 JP모건 또한 “러시아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현격하게 커졌다”고 진단했다.



● 美, 러 정유사·벨라루스 제재
미 백악관은 2일 러시아의 핵심 자금줄인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린다며 “에너지 공급국가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떨어뜨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유와 가스 추출 장비의 수출을 막아 정유시설의 고도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출이 금지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것도 논의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고 했다. 에너지 금수 조치 또한 배제하지 않을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러시아 에너지업계에 대한 제재가 국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인플레이션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은 러시아의 무기 개발 및 생산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22개 러시아 국방 관련 기관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전투기, 전투차량, 미사일, 무인 항공기 제작 업체들이 포함됐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심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대한 기술 및 소프트웨어 수출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이는 각종 군사 장비 및 기술이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한 것이다. 이미 러시아 국적기의 미 영공 진입이 금지된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 선박의 입항도 금지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같은 날 유럽연합(EU)도 러시아 은행에 이어 벨라루스 은행들까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러 신용등급 ‘정크’ 수준으로 강등
피치는 2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6단계 강등하며 추가 제재 가능성,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제재가 러시아의 부채 상환 능력 및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며 거시 경제의 안정성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러시아가 3월 한 달에만 7억 달러(약 8400억 원) 이상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며 디폴트 가능성을 거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러시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0%에서 ―7.0%로 크게 내렸다.

이날 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역시 “9일부터 러시아를 신흥국 지수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많은 투자자가 러시아 주식시장을 투자할 수 없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이미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사흘 연속 주식시장을 닫았다.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이탈하는 투매 현상이 생길까 우려한 것이다.

각국 기업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을 4일부터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혼다, 마쓰다 등도 러시아 수출을 중지하기로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