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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노량진 새벽 경매시장에서 제주도 모슬포까지”

입력 | 2022-03-03 18:52:00


수산물 O2O 서비스 ‘회이팅’을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 바다드림의 김영선 대표와는 지난 2018년 처음 만났다. 김 대표와 만난 뒤부터 기자는 회를 먹을 때마다 횟감을 눈으로 쫓는다. 날 것 그대로를 즐기는 회에서 횟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식감은 횟감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 1kg짜리 광어와 3kg짜리 광어가 있다고 생각하자. 둘다 광어로 동일한 맛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소비자가 3kg짜리 광어를 더 맛있다고 말한다. 3kg짜리 광어가 더 두껍고, 쫄깃하다. 그만큼 씹는 맛이 있고, 식감이 즐겁다. 하지만, 혼자서 3kg짜리 광어를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크고 좋은 횟감을 소분해 1~2인이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한다.”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가 첫 인터뷰에서 건넸던 말은 사실이다. 횟감의 크기에 따라 회 두께가 달라지고, 회를 뜬 뒤로 숙성한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매번 좋은 횟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광어, 대방어 등 남다른 크기를 자랑하는 횟감은, 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눈과 손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혹자는 말한다. 그거 누가 모르느냐고. 구하기 어려우니 사먹기 편한 회를 먹다고 말이다.

바다드림이 찾은 방법은 노량진수산시장의 새벽경매였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새벽경매는 주요 명절을 빼면 1년 12달 365일 항상 같은 시간에 열린다. 가장 좋은 상품을 최적의 상태로 제공한다는 바다드림의 목표에 따른 행동이다. 회라는 본질에 접근하고자 찾은 방법이다.

제주도 모슬포항 내 양식장 위에서 촬영한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그런 그가 제주도 모슬포항을 찾았다. 어느덧 회이팅 서비스를 4년 넘게 운영하며, 좋은 횟감, 좋은 수산물은 ‘산지’에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깨달았다고. 이에 IT동아가 김 대표와 제주도에 동행하며 그가 찾은 결과물을 공유한다.

노량진수산시장 횟감처럼 제주도 모슬포를 고객과 연결한다

IT동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김영선 대표(이하 김 대표): 바다드림 설립을 2018년 1월에 했다. 어느새 만 4년째를 넘어 5년차 스타트업으로 접어들었다. 좋은 회를 소개하겠다는 욕심, 목표 하나만을 보고 달렸다. 처음 시작은 2명이었지만, 직원도 7명으로 늘었고… 고객님들의 감사한 후기를 보며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매출, 주문건수, 회원가입수 등은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다만, 신선한 회를 고객님들의 식탁 위까지 안전하게 전달드리기 위한 배송은 여전히 해결해고픈 장애물이다. 단순히 배송 시간의 어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배송박스,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회이팅의 회와 회를 즐기는데 필요한 고추냉이, 간장, 초장을 비롯해 매운탕거리(서더리), 야채, 양념 등을 냉장 형태로 담으면 박스 크기가 꽤 커진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대광어를 들고 있는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신선식품이다 보니 일반 택배가 아닌 퀵 배송으로 보내드리고 있는데, 회이팅 박스가 커서 다른 배송까지 한번에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래저래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숙제인 셈이다.

IT동아: 좋은 회, 그러니까 대방어, 대광어를 여러 고객이 즐길 수 있도록 소분해서 보내는 서비스를 정립했는데, 이를 제대로 고객님들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셈이다.

김 대표: 맞다. 노량진수산시장을 중심으로 경기도 일부를 포함해 서울 전역으로 배송 지역을 넓혔지만,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회이팅은 단순히 횟집을 연결해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아니지 않나. 직접 경매에 참여해 횟감을 고르고, 이를 주문에 맞춰 손질한 뒤, 특별 제작한 냉장박스에 담아 고객님들에 전달해줘야 한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유통, 물류에 대한 부담이다. 이 고민은 각 지역 산지로 연결됐다. 산지의 수산물을 고객님들께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어떨까? 완도에서 자란 전복, 제주도에서 잡은 대방어 등을 고객님들과 바로 연결할 수 있다면? 2020년 수산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을 없애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진행한 ‘착한 전복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점차 생각을 굳혔다. ‘할 수 있겠다’라고.

지난 2020년 진행했던 ‘착한 전복 프로젝트’, 출처: IT동아


IT동아: 아, 그러니까 노량진수산시장뿐만 아니라 신선한 수산물을 확보하는 공급처를 전국 산지로 확대했다는 의미인가.

김 대표: 맞다. 고객님들의 식탁을 산지와 연결하고자 한다. 그렇게 먼저 생각한 것이 이 곳, 제주도 모슬포다. 제주도 모슬포는 자연산 방어를 외줄 낚시로 잡아 전국에 유통한다. 자연산 방어를 잡는 방법은 외줄 낚시와 그물 낚시가 있는데, 그물 낚시는 방어가 낚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육질이 다소 떨어진다. 이에 모슬포의 방어를 찾아 2021년 여름부터 꾸준히 찾았다.

그렇게 모슬포에서 방어를 유통하는 문성석 중매인을 만났다. 모슬포의 중매인들은 어선에서 잡은 방어를 유통하는 최전선에 있다. 당일 경매에 참여해 어선에서 잡은 살아있는 방어를 가두리 양식으로 며칠 기르면서 외부로 유통한다. 이를 고객과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제주도 모슬포항 방파제 안에 위치한 방어 양식장, 출처: IT동아


자연에서 잡은 형태 그대로 며칠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출처: IT동아


산지와의 연결, 중매인을 만났습니다

IT동아: 고객으로 받은 주문을 노량진수산시장 새벽 경매에서 받아 연결하는 것처럼 말인가.

김 대표: 맞다. 산지와의 연결이다. 일단, 시작은 방어부터 한다. 쉽게 생각하면, 공동구매와 가까운 형태다. 대방어를 소분해 판매하는 회이팅 서비스처럼 말이다. 이미 모슬포 중매인분들도 대방어 필렛(고기나 생선의 뼈 없는 조각, 간단히 뼈를 분리한 형태를 말한다)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고….

제주도, 제주수협 등과 협업을 제안하며 많이 이 곳을 다녀오면서, 나름의 꿈이 생겼다. 고객에게 산지를 연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객의 이익이라고 말이다. 주문하고 난 다음날 제주도에서 잡은 방어, 포항에서 제조한 과메기, 목포에서 생산한 조기를 식탁에 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치 회를 주문하듯 산지의 수산물을 구매해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면?

아, 한가지 더 있다. 산지여도 제철마다 수산물은 달라진다. 황돔의 경우 봄에는 아랫지방에서 주로 잡히지만, 따뜻해지며 수온이 올라가면 점점 위로 올라온다. 숭어도 마찬가지다. 남해안에서 잡은 숭어가 맛있을 때도 있고, 서해안에서 잡은 숭어가 맛있을 때도 있다. 계절에 따른 수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제철 수산물을 소개하고, 이를 고객과 연결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제주도 모슬포의 문성석 중매인, 출처: IT동아


IT동아: 제주도 모슬포 중매인은 어떻게 만나신건지.

김 대표: 여기가 우리 바다드림이 접근할 수 있는 최종 산지라고 판단했다.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수산물을 잡지 않는 이상 말이다(웃음). 산지에서 활동하는 중매인과 고객이 직거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드리고자 한다. 대방어의 경우, 이미 이렇게 판매하고 있다. 주요 포털에서 ‘방어 필렛’이라고 검색하면 많은 스토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제주도 모슬포는 삼고초려하는 생각으로 계속 찾아왔다. 몇 번이나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찾아왔다. 외람되지만, 제주도에서 뭔가를 시작하고자 다짐한 뒤에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까지 결정했다.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와 함께 문성석 중매인을 만났다)

오전에 방문했을 당시 문 중매인은 방어 손질에 집중하고 있었다, 출처: IT동아


IT동아: 방어의 유통 과정이 궁금하다.

문성석 중매인(이하 문 중매인): 모슬포에서 방어는 선입찰 경매 방식으로 유통한다. 중매인이 어선이 나가기 전, 방어의 가격을 미리 입찰하는 형태다. 잡은 수산물을 현장에서 보고 경매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때문에 중매인이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오래도록 이렇게 해왔고,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판단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 속된 말로 ‘운복’이기도 하고(웃음).

예전에는 중매인이 단골 장사만 했다. 소개와 소개를 통해서 연결되는 형태였다. 점차 물류가 확대하면서 제주도 대방어가 노량진수산시장으로도 들어가지만,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운송비가 발생한다. 아무래도 산지와 비교하면 수산물에 따라 가격은 비싸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곳에서 전처리해 방어 필렛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대방어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문이 많아졌다.

1차 손질한 대방어의 크기, 출처: IT동아


IT동아: 자연산 방어는 제주도에서만 잡히는지.

문 중매인: 강원도에서도 잡는다. 다만, 잡는 방식이 다르다. 제주도는 외줄 낚시로 잡고, 강원도는 그물로 한번에 낚는다. 남해안에는 양식하는 방어도 있다. 다만, 양식 방어는 방어가 산란하는 4월, 5월에 잡아 길러 겨울에 내놓는데, 자연산보다 조금 못하다. 어민들은 먹이를 줘서 기른다고 ‘돼지 방어’라고 말한다(웃음).

중매인은 예치금을 넣은 뒤,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다만, 아무래도 지역 사회에 녹아드는 것이 쉽지 않다. 모슬포가 고향이거나, 제주 토박이가 많은데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나. 일 자체도 쉽지 않고. 새벽부터 나와 방어를 필렛 손질하고, 비행기 운송 시간 전까지 포장해 보내야 한다. 오후에는 다음날 보내야 하는 방어를 가지러 모슬포항 안에 있는 가두리에 나가 옮겨와야 하고. 중매인으로 경매에도 참여해야 한다. 지금은 2월이라 방어를 찾는 주문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한창 제철인 겨울에는 정신 없을 정도다. 추운 칼바람 속에서 바다 위에서 작업하는 시간도 많고.

다음날 손질하기 위한 방어를 옮기는 모습, 출처: IT동아


IT동아: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바다드림과 함께 하기로 약속한 이유가 궁금하다.

문 중매인: 인터넷 쇼핑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홍보와 마케팅, 주문을 전문 업체에게 맡겼다. 파트너다. 직접 해봤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에 쉽지 않더라(웃음). 바다드림과 약속한 것도 판매 채널을 넓혀 보려는 시도다. 김영선 대표가 자주 찾아오면서 얘기도 많이 나눴고. 제주 모슬포에서 토박이로 살며, 각자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드림도 파트너 관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작은 욕심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IT동아: 산지에 가공공장을 세우고픈 욕심도 있다고.

김 대표: 맞다. 일본에 벤처기업 후디슨이 운영하는 ‘사카나 밧카(sakana bacca)’라는 수산물 판매점이 있다. 수산물 유통에 IT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시장을 개척한 서비스다. 후디슨은 '생선포치'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새벽 3시까지 주문하는 수산물을 구입량에 관계없이 당일 오후까지 납품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사카나 밧카는 주문을 처리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카나 밧카는 일반적인 수산물 매장 형태에서 벗어나 카페 모습을 하고 있다. 상품 개발도 직접하며 일반 매장에서 보기 힘든 수산물도 취금한다. 수산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요소요소를 디자인했다. 마치 고급 일식집을 연상케 하며,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회를 뜨는 과정처럼 생선 해체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재래시장에서 고등어 한 마리 손질해 달라면, 그 자리에서 큰 칼로 척척 썰어주시던 모습처럼 말이다.

사카나 밧카, 출처: 사카나 밧카 홈페이지


사카나 밧카의 핵심은 산지와 소비자를 연결해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있다. 도매상의 소량품종 유통을 다품종 수산물을 각 지점과 연결해 해결해 소비 시장을 확대했고.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냈고. 가공공장이라지만, B2B를 위한 공장이 아닌, 지점을 바탕으로 B2B2C를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준비하는 단계다. 제주도로 내려온 이유이기도 하다. 회이팅 서비스처럼 고객들이 신선한 수산물을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바다드림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