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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수학으로 보는 선거… 투표 방법 달라지면 당선자도 바뀐다?

입력 | 2022-03-04 03:00:00

다수결의 원칙 따르는 다수대표제… 세 후보 중 두 명 뽑는 다수표 투표
후보 선호도 더하는 ‘보르다 투표’ 등… 적용된 선발 방식 따라 결과 상이
여론조사 결과서도 수학원리 작용… 유권자 네트워크 구조로 예측할 때
주변 영향 0.5 이상이면 결과 바뀌어



게티이미지코리아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물이 누구인가 하는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날이지요. 선거일 만 18세가 된 고등학생들도 대통령선거에 처음으로 참여합니다.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도 어렵지만, 모두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될지도 궁금합니다.


○ 투표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당선자
민주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사회적 선택을 내릴 때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고려하여 하나의 종합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그 의견들을 결합하는 방법 중 하나가 투표입니다.

그중 다수결의 방식을 따르는 다수 투표를 시행하면 각각의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나 안건 하나에 투표를 하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쓰는 방법으로 다수대표제라고도 합니다. 이 방법은 유권자가 이해하기 쉬운 점도 있지만 가능한 후보가 셋만 되어도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어 실제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성향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10명이고 B 성향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12명이라 할 때 A 성향의 ‘갑’, B 성향의 ‘을’만 출마하여 다수대표 투표를 하면 10:12로 ‘을’이 당선됩니다. 그런데 B 성향의 병이 추가로 출마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유권자의 성향 분포와 그들의 각 후보 선호도 순위를 다음 표를 보며 가정해 봅시다.

표에서와 같이 후보가 셋인 경우 다수대표 투표를 하면 ‘갑’이 10표로 승리하게 됩니다. 이때 갑의 득표수는 전체 투표자 수의 절반을 넘지는 않습니다.

셋 이상의 후보가 있을 때 당선을 결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1인 2표(또는 다수표) 투표 방법이 있습니다. 각각의 유권자는 두 명의 서로 다른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승리를 합니다. 음악방송이나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투표 방식에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앞서 다수대표로 했으면 이겼을 후보가 꼭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 선호하는 후보도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위의 표에서 순위 2까지의 표를 합산하면 ‘갑’은 6+4=10표, ‘을’은 6+4+8=18표, ‘병’은 4+4+8=16표로 이번에는 ‘을’이 승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모든 후보에게 순서를 매겨 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고안한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장샤를 드 보르다의 이름을 따서 ‘보르다 투표법’이라고도 합니다. 유권자가 자신의 선호도에 순위를 매겨 적은 후 투표하면, 이를 합산하여 제일 적은 총점을 얻은 사람이 승리가 됩니다. 위의 표에서는 ‘갑’이 1×6+1×4+3×4+3×8=46, ‘을’은 2×6+3×4+1×4+2×8=44, ‘병’은 3×6+2×4+2×4+1×8=42로 ‘병’이 승리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후보 추가 여부에 따라 순위 변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후보를 집단적으로 맨 뒤 순위로 놓는 전략적 투표에 의해 의견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 누가 진짜 앞설까? 여론조사의 반전
투표 전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투표 전 사전 의견입니다. 조사 기간이나 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고, 또 실제 투표 내용과 달리 유권자의 거짓말 등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통계적으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이러한 사전투표가 실제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유권자들이 주변에 영향을 받아 투표하지 않는 경우는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여 투표하지 않는 경우’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낙선할 것이라고 체념해 투표하지 않는 경우’의 두 가지로 보고 유권자가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는 정도를 수로 나타내 유권자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어 분석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처럼 9명의 유권자 중 A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4명, B 후보자를 지지하는 후보가 5명으로 사전투표 결과가 4:5로 나타나 B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하더라도 그림과 같은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이들이 주변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0.5 이상이라면 투표 결과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A 후보 지지자에게 둘러싸인 B 후보자 지지자는 투표를 포기하고, B 후보자를 지지하긴 했지만 같은 의견의 유권자에게 둘러싸여 안심한 경우에도 투표를 하러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4:2로 A 후보자가 승리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향과 분포를 바꾸어 가며 수학적 모형을 통해 낮은 지지율이던 후보의 지지자들이 주변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높을 때 해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밝혔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투표해야 할 이유를 수학적으로 보여주는 한 면이라 하겠습니다.

선거는 수학으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운 복잡한 사회 현상입니다. 제대로 된 대표를 뽑고, 우리의 의견을 왜곡 없이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수학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시도일 것입니다.


박지현 서울 성북강북교육지원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