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얼마 전에도 WHO는 지난해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 유행한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해 올해 겨울 북반구에 유행할 4가지 유형(A형 두 가지, B형 두 가지)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 발표했다.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선 중성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백혈구들이 나와 몸에 침투한 백신(항원)과 열심히 싸운다. 이를 선천면역이라고 한다. 선천면역은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가 항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준다. 항체 생성에는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후엔 독감 바이러스가 언제 침투해도 즉각 림프구가 항체를 충분히 만들어 독감을 이겨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도 항체 생성에 2주의 시간이 걸린다. 다만 독감 백신은 매년 다른 종류의 백신인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2년 전 코로나19 바이러스 균주로 만들어진 백신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지난해 12월 광주 광산구의 한 중학교 강당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쉽게 말해 2020년 초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을 세모라고 가정했을 때 베타 변이는 사다리꼴, 델타 변이는 네모, 오미크론 변이는 동그라미 등 다양한 모양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매번 부스터샷을 통해 항체량을 높이면 코로나19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입원 환자와 종사자들에게 4차 접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면역학자들은 3차 접종 이후 ‘짧은 기간’에 ‘같은 균주’로 만들어진 백신의 4차 이상 접종 효과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고 면역학자 중 한 명인 서울대 의대 박성회 명예교수는 수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같은 균주로 만들어진 백신으로 4차 이상의 부스터샷을 접종할 경우 우리 몸의 림프구가 항체를 많이 만들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림프구가 탈진하거나 무기력에 빠져 항체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 교수는 “면역세포도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제대로 일을 한다”면서 “불과 3, 4개월 만에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것은 이런 휴식을 충분히 주지 못하기 때문에 탈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면역학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3차 접종을 마친 박 명예교수는 4차 이상부터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의 면역세포도 같은 백신을 계속 접종받으면 나이든 사람의 면역세포처럼 일을 하지 못하는 무기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독감 백신은 1년에 한 번 접종해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푹 쉴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주고 있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새로운 변이에 대응해서 만든 백신이 아니다. 이 때문에 4차 이상의 부스터샷 접종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