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우리의 미래를 바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필자는 한국에서 수년 동안 생활하면서 이번 선거만큼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어쩌면 이는 한국에서의 시민의식이 더 깊어져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앞날은 예측하기 힘들다지만 필자는 한국에서 이렇게 오래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인 남편과 함께하는 삶, 학부모로서의 삶 등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국가 정책이나 사회에 관심이 생겼다.
필자와 같은 이주여성들이나 한국에서 오래 거주할 계획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얼마 전 친구가 전셋집 구하는 것을 도운 적이 있다. 친구는 다행히 원하는 금액과 상황에 맞는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한데 집을 계약할 무렵 집 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들이 우리에게 이번 대선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다. 아마 그들은 우리가 후보자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와 필자 친구는 후보자들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모두가 “아니, 외국인들이 우리보다 잘 알고 있네”라며 놀랐다.
대다수 한국인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물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외국인들은 생각보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안고 산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잠시 머물다 떠날 외국인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는 코로나19 시작 시기 즈음 임신과 출산을 했다. 자연히 주변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지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시국에 가장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은 노인, 임신부,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 등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영유아 및 임신부를 동반하고 있는 가정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정부에서 격리 치료를 지시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알아서 치료해야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K방역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한국의 뛰어난 의료 기술과 의료진들의 재량이 무색해진 셈이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 주변의 외국인들은 현재 코로나19를 대응하는 정책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방역 패스를 철저히 지켜온 국민들의 수고는 어디로 간 걸까. 물론 이 문제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기는커녕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이제는 모든 사람의 지인과 친인들 중 한 명 이상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시국이 좋지 않은 만큼 개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다. 큰 틀에서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매뉴얼, 특히 의료 시설 공급 및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을 위한 매뉴얼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의료진과 한국인의 국민의식을 필자는 믿지만 최근 들어 정부에서 내놓은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들을 때마다 귀를 의심하게 됐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위드 코로나’가 됐으면 한다. 지금이야말로 K방역을 새롭게 제시해 제대로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코로나19로부터 무사하길.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