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몽펠리에 피겨 대회 참가 “베이징서 톱5 진입 못해 아쉬움… 회전 늘려 트리플악셀 다듬어야” 힘들때 연아 언니 다큐보며 다짐… 4회전 도전하려 지상훈련도 늘려
남자 피겨 金 첸과 함께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유영(18·오른쪽)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23·미국)과 기념 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유영은 “미국에서 훈련을 할 때 첸과 얼굴을 아는 정도였는데, 피겨를 워낙 잘해 친해지고 싶어 사진 촬영을 먼저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영 제공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신경 쓰지는 않지만 이 기회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여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유영(18·수리고)은 21일부터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리는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피겨여왕’ 김연아(32) 이후 국내 여자 피겨 선수 중 세계선수권 메달을 딴 선수는 없다. ISU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징계안을 발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유영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유영은 “아무래도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할 때보다는 메달 따기가 더 쉬워지는 건 사실”이라며 “올림픽 때 회전수 부족을 판정받았던 트리플 악셀 점프(3회전 반)를 완벽하게 성공해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했다.
유영은 베이징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하며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피겨 선수 중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유영은 대외적으로는 톱10 진입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마음속 생각은 달랐다. “조금 더 욕심 부리자면 톱5에 들고 싶었는데 6위를 한 것이 아쉽죠.”
성적은 아쉬워도 올림픽 출전 자체는 유영에게 큰 자산이 됐다. 큰 무대에서 긴장감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웠고, 세계 여자 피겨 최강이라 불리는 ‘러시아 삼총사’와 경쟁을 해 본 것 역시 큰 공부가 됐다고 했다.
유영은 “여자 피겨 선수 최초로 쇼트 프로그램에서 90점을 넘어선 카밀라 발리예바를 직접 보면서 강한 정신력을 소유했다고 느꼈다”며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를 보면서 굉장히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보다 본인이 올림픽에서 잘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미소를 잃지 않고 연기한 것”을 꼽았다.
올림픽을 마친 뒤 인기가 급상승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가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유영은 아직 본인이 여자 피겨 아이콘이 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유영은 “제가 감히 연아 언니의 자리에 있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아직은 연아 언니가 열어둔 길을 따라가면서 제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면서 “힘들 때 연아 언니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언니도 저렇게 힘들었지만 성공했으니 나도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동기부여를 한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몸이라도 되게 젊고 가벼웠는데 고3이 되면서 몸이 늙어지는 게 느껴지더라(웃음). 그런 애로사항이 있지만 아직 젊으니까 더 열심히 해서 꼭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발목 등 부상과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 힘들다던 ‘소녀’ 유영 대신 ‘선수’ 유영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구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