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Who Am I’ 곡으로 데뷔
한유아도 경쟁하듯 뮤비 공개
가창 딥러닝 기술로 인기몰이

가상인간으로 올 상반기에 잇따라 가수로 데뷔해 경쟁을 펼칠 한유아(위 사진)와 로지. YG케이플러스·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제공
가상인간 가수의 ‘사이버 대전’이 상반기 가요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선두주자는 생명보험부터 홍삼 제품까지 요즘 다양한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인 사이버 인플루언서 로지(ROZY)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개발한 로지는 지난달 22일 데뷔 싱글 ‘Who Am I’를 냈다. 발표 9일 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90만 회에 육박하며 신인 가수치고는 상당한 폭발력을 내고 있다.
‘Who Am I’는 미디엄 템포의 인디 팝 장르 곡. 청량감 있는 비트와 서정적 멜로디를 조합했고 감성적 음색도 인상적이다. 볼빨간사춘기의 히트곡을 작업한 바닐라맨(정재원)이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Tell me who am I’ ‘지켜보던 너의 손 내밀어줘’ ‘여전히 널 기다려’ 등 정체성의 혼돈을 느끼는 가상인간의 1인칭 시점에서 팬들의 손길을 부탁하는 듯한 메시지를 담았다.
국내 가상인간 가수 역사의 시원을 찾으려면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원빈을 모델로 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든 사이버 가수 아담은 데뷔 후 20만 장 넘는 앨범을 팔며 돌풍을 일으켰다. 여성 사이버 가수 류시아도 등장해 가요계에 제1차 사이버 대전을 열었다.
이른바 ‘아담 창세기’는 아담과 류시아가 자취를 감춘 지 20년 만에 한반도에서 다시 싹튼다. 제2차 사이버 대전의 관건은 목소리다. 아담과 류시아는 인간 가수가 만화 더빙하듯 입 모양에 맞춰 덧입혀 부른 게 한계였다. 그러나 근년에 국내의 인공지능 가창 딥러닝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김현식, 터틀맨, 김광석, 유재하 등 고인이 된 가수의 목소리를 차례로 살려낸 이 기술이 향후 가상 가수의 능력치와 정체성을 어디까지 확장할지가 관심사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의 관계자는 “로지는 상반기 중 두세 개의 신곡을 더 낼 계획이다. 음원 수익금 전액은 굿네이버스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