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러군, 헤르손 탈출 일가족에 총격 가족 남기고 순찰 나선 우크라 경찰, 손녀 태우고 피신하던 부모와 통화중 어머니 절규-몇발의 총성 접해…러 침공후 민간인 사망 2000명 넘어 우크라 곳곳 가족 잃은 슬픔과 분노
“아가야, 곧 집에 돌아갈거야”… 지하철역으로 대피한 시민들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쏟아진 포격을 피해 지하방공호로 쓰이는 지하철 역사에 피신한 부부와 아이가 서로 꼭 안고 있다. 현재까지 키이우 지하철역으로 대피한 키이우 시민은 약 1만5000명에 달한다. 키이우=AFP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성 데니스 페드코는 어머니(56)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며느리(27)와 어린 두 손녀를 차에 태워 급하게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을 빠져나오던 중이었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순찰 업무에 투입돼 가족들을 직접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갓 태어난 조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와중에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차 안에 아이들이 있어요!”
그때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모든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침묵이 흘렀다. 몇 초 뒤 2, 3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페드코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같은 비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침공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2일(현지 시간)까지 20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나의 딸이 죽었어요…. 이웃들도 죽었어요. 이게 러시아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수도 키이우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타타 마르하리안은 이날 CNN에 “나는 죽은 아이들을 보고 있다. 병원과 교회가 폭격되는 것도 보고 있다”며 “자전거를 타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웃고 사랑하던 마을이 완전히 폭파된 것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하르키우에서는 알제리에서 온 20대 공대생 무함마드 압델모네임이 피란처를 찾던 중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영국 알아라비TV가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 미친 세상에 말한다. 살인을 위한 살인은 멈춰 달라”고 했다. 1일에도 인도 유학생이 피란처에 함께 대피한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갔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은 “명백히 의도적”이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탄약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한 전쟁 범죄”라고 했다.
에미네 자파로바 우크라이나 외교차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민간인 사망자 중 생후 18개월 유아도 포함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다. 우리는 승리한 이후에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