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야기: 너 어디에서 왔니/이어령 지음/432쪽·1만9000원·파람북 메멘토 모리/이어령 지음·김태완 엮음/244쪽·1만5000원·열림원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이어령 지음/332쪽·1만7000원·열림원
‘한국인 이야기: 너 어디에서 왔니’는 한국인의 탄생 문화를 파고든 인문학서다. 고인은 출산 전 태아에 태명을 붙이는 문화는 여러 나라에 있지만 한국에서 이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고 말한다. 서양과 달리 어머니 뱃속에 있는 시간도 한 살로 치듯 생명을 존중하는 한국인의 사상이 담겨있다는 것. 그는 갓난아기를 포대로 업는 어부바는 사랑과 정이 담긴 문화라고 강조하고, 돌잔치에서 아이가 집는 물건으로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돌잡이를 스스로 운명을 택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짚는다. 이처럼 고인은 우리의 일상에서 한국문화의 특수성을 포착해낸다.
병마와 싸우던 시절 고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대화록 ‘메멘토 모리’를 펼쳐볼만하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인 메멘토 모리는 고인의 좌우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1910~1987)이 세상을 떠나기 전 신부들과 이야기를 나눈 24가지 주제를 고인이 다시 꺼내들었다.
기독교 신자인 고인은 무병장수의 시대가 와도 사람들이 신을 믿을 것인지 묻는다. 또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죽음이라는 고통을 줬는지, 죽은 후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앞으로 출간될 총 20권짜리 ‘이어령 대화록’ 시리즈의 첫 작품. 앞으로도 대화록 시리즈는 계속된다.
“이제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그 눈물과 울음소리는 슬픔이 아니라 황량한 불모의 땅을 적시는 비요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을 노래하는 새소리가 됐으니까.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영혼이 달라진 게다. 선혈이 흐르던 상처가 아물고 그 딱지가 떨어진 아픈 살에서 새살이 돋는다. 찬란한 아침을 약속하는 굿나잇 키스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