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일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미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인터뷰하며 웃고 있는 모습. 2021.05.04. AP/뉴시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지난해 결별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58)가 결혼 생활의 신뢰가 깨져 이혼하게 됐고 그 후에도 정신적 고통에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제는 아픔을 치유하고 남은 인생에서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멀린다는 3일(현지 시간)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27년간 결혼 생활을 정리하게 된 배경과 이후 삶을 이야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5월 이혼 사실을 공개한 뒤 멀린다의 첫 언론 인터뷰다.
멀린다는 빌 게이츠의 불륜에 대한 진행자 질문에 “나도 분명히 용서라는 게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몇몇 (갈등)에 대해 잘 헤쳐 나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발생한 것은 한순간 또는 특정한 일이 아니었다. 충분한 일이 벌어져서 ‘이건 건강하지 않다’고 깨닫게 된 순간이 왔다”며 “나는 우리가 가진 것(빌 게이츠와의 결혼생활)을 신뢰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극복하고 치유 단계에 돌입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멀린다는 “나는 치유 여행을 시작했고 반대편에 도달하기 시작한 느낌이다. 내가 이 장(章)의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이 든다”며 “이제 2022년이다. 나는 앞으로 닥칠 일과 내 삶에 신이 난다”고 했다.
멀린다는 빌 게이츠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계속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게이츠 부부의 이혼 사유 중 하나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미성년자 수십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 엡스타인은 재판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멀린다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엡스타인을 딱 한번 본 적이 있다”면서 “문에 들어선 순간 바로 후회했다. 그는 혐오스러웠다. 그 어린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엡스타인과의 교분을 여러 차례 사과했던 빌 게이츠는 CBS에 다시 성명을 보내 “엡스타인과의 만남은 실수였고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