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어제 투표율이 17.6%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동시간대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2017년 5월 19대 대선 때 사전투표 첫날 같은 시간 투표율은 11.7%였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사전투표 거부운동을 벌이는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투표율 상승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 하다. 이런 추세가 9일 본투표까지 이어질 경우 최종 투표율은 19대 대선 투표율(77.2%)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율 상승은 막판에 요동치고 있는 대선 구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전투표 직전에 이뤄진 야권 후보 단일화로 4파전 구도는 3파전으로 급변했다.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은 지지층 결집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진영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을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서 사전투표율도 높지 않을 거라는 당초 예측이 빗나간 이유다.
실제 투표가 시작되면서 후보들의 공방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주장했고,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없이 정치교체 되겠나”라고 했다. 두 후보의 지향점은 달라 보이지만 지금의 정치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민의에 부응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에서 길게 줄을 선 것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다. 정치가 더는 경제·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뼛속부터 바뀌기를 바라는 열망이 담겼을 것이다. 각 후보 측은 진영 대결 이면에 깔린 이 같은 민의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