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실질 GDP 역성장, 쇠락론 제기되지만 인구 감소에도 최근 취업자 수 역대 최대 위기 겪었던 기업들, 기술개발 대거 투자 기업이 일자리 지키면 경제 살아남는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021년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7%인 것으로 발표됐다. 2020년에는 ―4.6%의 역성장이었다. 겨우 1.7%의 성장은 떨어진 만큼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2021년의 실질 GDP는 무려 6년 전인 2015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2020년은 모든 나라에 재앙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실질 GDP 증가율도 각각 ―0.9%, ―3.4%로 역성장을 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각각 4.0%, 5.7%의 성장을 해 두 나라의 2021년 실질 GDP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GDP가 역성장할 때 그 원인은 거의 민간소비나 민간주택투자의 부진이다. 장기 침체를 경험한 일본인들은 충격이 올 때마다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인다. 집값이 15년 연속 하락한 경험 때문인지 집도 잘 사지 않는다. 그래서 민간 수요가 줄고 국내총생산이 하락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만 보면 일본 경제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최근 한일 관계가 최악을 달리다 보니 유튜브는 물론이고 주요 신문과 방송에서도 일본의 쇠락이 단골 메뉴다.
일자리가 증가한 이유는 일본 기업이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이고, 노동시간이 줄고 임금이 동결되면서 기업이 더 많은 사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력은 경력이 단절되었던 여성과 정년이 연장된 고령 근로자로 채워졌다.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 GDP가 더 이상 증가하기 어려운 나라의 생존 방식이다.
여기서 의아해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일본 기업은 이미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 그래서 일본 경제가 쇠락하는 것 아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도 적지 않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세기 일본 소니의 영업이익 최고치는 1997년도의 5200억 엔이었다. 그 뒤로 나락을 걸으며 TV 부문에서만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소니는 20년 만인 2017년도에 7350억 엔으로 비로소 과거의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에서 소니를 한물간 기업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나날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세계 경제 환경에서 무려 20년간이나 과거의 기록을 깨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다시 궤도에 오르더니 과거의 기록을 연거푸 경신하고 있다. 파산 위기에까지 몰렸던 기업이라 그 긴장감이 대단하다.
소니처럼 위기에 내몰렸던 경험이 있는 일본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도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기술개발 투자 하면 한국 아닌가? GDP 대비 기술개발 투자에서 한국이 세계 1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데이터에서 정부 지출과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형편없이 낮아진다. 유로피안 커미션(European Commission)에서 발표한 2020년 기업별 연구개발(R&D) 투자를 보면 상위 2500위에 드는 기업이 한국은 60개사, 일본은 293개사다. 그 기업 전체의 R&D 투자를 전체 매출액으로 나누면 한국은 3.7%, 일본은 4.0%인데, 여기서 삼성과 도요타의 데이터를 제외하면 일본은 값에 변화가 없는 반면에 한국은 그 값이 2.4%로 낮아진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