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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쟁인가…경제 악화에 빚만 쌓이는 러·우크라

입력 | 2022-03-05 08:15: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눈두덩처럼 불어나고 있다. 마땅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전쟁 이후 이어질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밤까지 유엔 인권사무소에 보고된 민간인 사상자는 75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망자는 227명이었는데 어린이 15명도 포함됐다.

물론 이 수치는 우크라이나 재난당국의 발표로 넘어가면 훨씬 커진다. 우크라이나 재난구조 당국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적어도 2000명의 민간인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도 “사상자 대부분은 중화기와 다연장 로켓 공격, 공습 등으로 발생했다”며 “교전이 격화하면서 사상자 보고가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실제 민간인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분 없는 전쟁에 민간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삶의 터전도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개최된 반전시위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중심부는 폐허로 변해버렸다. 특히 하르키우 시청 건물이 포격 받는 장면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되며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 2020년 기준 우크라이나의 국내 총생산(GDP)은 1555억 달러로 세계 53위 수준이다. 1인당 GDP 역시 3700달러에 불과해 빈국에 속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곡창지대로 분류되지만 이번 전쟁으로 나라 전체가 복구 불능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기적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전쟁이 특히나 시가전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복구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갚아야 할 빚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유럽 내부에서 각종 화기와 전차 등을 제공받아 러시아에 맞서고 있지만 지원받은 모든 군비가 무상은 아니다.

전쟁 채권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도움의 상징으로 포장되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갚아야 할 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전쟁 채권 발행으로 81억 흐리우냐(약 3300억 원)를 확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투자자들을 잃지 않기 위해 이달 초 지급해야 할 3억 달러 규모 채권 이자도 지급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가상자산인 NFT(대체불가능한토큰, non-fungible tokens) 판매도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여준다. 알렉산더 보르냐코프 디지털부 차관은 “예술작품이나 동영상을 나타낼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인 NFT를 판매해 군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그만큼 현실이 어렵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러시아도 이번 전쟁을 통해 신냉전체재를 구축하며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 등이 지난달 말 꺼내든 스위프트로 불리는 국제결제시스템 차단이라는 카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에 맞먹는 경제 핵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JP모건은 제재로 인해 당장 이번 2분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35% 축소되고, 올 한해 기준으로는 7%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당시 6.8% 경기 위축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5% 감소 등에 맞먹는 충격이다.

이번 제재 핵심은 러시아가 보유한 원유와 가스 등의 수출 대금에 손도 대지 못하도록 묶는 것이다. 마이클 번스탬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의 전체 외화보유고는 약 6400억 달러(약 770조 원)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4000억 달러는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외국의 중앙은행이나 상업 은행에 예치돼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러시아 내부에 보유한 규모는 120억 달러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금 또는 중국 채권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에게 원유와 가스 같은 광물 자원 판매는 경제의 생명줄과도 같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으로 급등했지만 러시아산 원유는 할인된 가격에도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평가사들의 러시아 부도 전망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방위 금융 제재뿐 아니라, 외화를 밖으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한 러시아의 외화 통제 조치가 채무 불이행 위험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역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러시아 일반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고 있다는 점이다. 초유의 20% 기준금리에도 루블화는 50% 폭락했고, 러시아 주식은 주요 지수에서 퇴출당하며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인 탓이다.

따라서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최대 위험요인은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몰아넣고 있는 극동의 인플레이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러시아인들은 생활 수준의 극적인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완제품 수입에 의존하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고립되면서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