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수사를 시작한 지 다섯달 동안 공소장 7개를 같은 재판부가 받은 것은 거의 처음 본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통상 검찰은 직접수사를 하거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 이첩한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즉 공소제기(기소)와 공소유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에 따라 통상 기소할 때 만드는 공소장은 1개 사건 당 1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종종 재판이 시작된 뒤 다른 범죄 발견 시 검찰이 추가 기소하면 재판부는 이를 기존 사건과 병합해 재판을 같이 진행하거나 별개 재판으로 진행합니다. 또 검찰이나 변호인 측 요구로 재판부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 김만배, 뇌물→배임→청탁금지법 등 세 차례 기소
정 변호사도 기소를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21일 정 변호사를 배임 혐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 등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하나은행 관계자 등과 만나 “무간도 영화 찍는 것처럼 공사 안에 우리 사람을 넣어 뒀다”고 말했는데 ‘우리 사람’은 정 변호사를 의미합니다.
같은 날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김 씨에 대해 뇌물공여 및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를 했습니다. 김 씨가 뇌물혐의로 처음 기소된 뒤 3번째 기소입니다. 결과적으로 9월 말 검찰 전담수사팀이 구성된 뒤 다섯 달만에 모두 7번 기소가 이뤄진 겁니다.
지난달 기소된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관련 사건들도 모두 대장동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 배당됐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까지 하나의 재판으로 병합할지 여부를 고민 중입니다.
● 박근혜 사건에서도 못 본 역대급 최다 기소
이 같이 한 재판에서 기소가 7번이나 이뤄진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역대급 재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 비춰보아도 이례적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뒤 2018년 1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관련 의혹으로 추가 기소됐고 한 달 뒤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으로 또 다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 사건은 모두 병합되지 않고 별개 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비슷한 시기 국정농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프로포폴 투약 등 세 가지 사건을 겪었지만 모두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됐습니다.
이처럼 첫 기소 이래 관련자들에 대한 순차 기소와 추가 기소가 많이 이뤄진 것은 대선 주자가 연루된 사건 특성상 3·9대선이라는 데드라인 하에 수사가 진행된 것과 관련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로서도 정치권 등 여론의 압박을 고려하다보니 최대한 수사에 속도를 냈고 일부 수사가 일단락될 때마다 기소한 뒤 다음 단계 수사를 이어가는 편이 수월했던 측면이 컸습니다.
대선 이후 그간 제기됐던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선 전까지 여야 모두 특검 도입을 강조했던 만큼 대선 이후 지형에 맞게 검찰 또는 특검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공소장은 7개가 아닌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 다음주부터 증인신문 재개
이번주 대장동 재판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에 각각 10, 11차 공판기일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전 기사<‘523호 법정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대장동 재판 당분간 공전 [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⑦]>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서 ‘공판절차 갱신’이 진행됐습니다. 8~11차 공판은 모두 지난 재판에서 이뤄진 증인신문의 녹취파일을 재생하는 식으로 진행됐고 사실상 재판은 제자리였습니다.
공판절차 갱신이 마무리된 만큼 다음주 재판은 3·9 대선을 전후로 7일과 11일 각각 진행되고 증인신문도 재개됩니다. 7일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팀 파트장 이모 씨가, 11일엔 정 회계사의 추천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전략사업실장을 맡았던 김민걸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