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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찜찜’ 대선, 이분법 정치가 낳았다

입력 | 2022-03-06 12:22:00

엎치락뒤치락 지지율, 지지층 견고하지 않다는 방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이번 대선은 유난히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었다. 실제로 예전 대선들에서는 볼 수 없던 여러 현상이 있었다. 첫째, 가장 엎치락뒤치락한 대선이다. 과거 대선은 처음에 앞서는 주자가 끝까지 앞서가거나(1992년 김영삼,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 한 번 역전에 성공한 후보가 승리(1997년 김대중)했다. 2002년 대선이 예외였다. 새천년민주당 경선 도중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추월했다 다시 역전된 다음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재역전했다.

이번 대선은 어떨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보자(그래프 참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비슷하게 나왔다.

종반까지 우열 가리기 어려워
윤 후보가 정치 입문을 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며 이 후보가 지난해 8월부터 앞서나갔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국민의힘 경선 컨벤션효과로 11월 들어 윤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12월 중순에는 윤 후보의 식견 부족 논란과 배우자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다시 이 후보가 앞섰다. 올해 2월 중순에는 국민의힘 갈등 수습, 이 후보와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을 거쳐 윤 후보가 재역전을 이뤘다. 그 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 후보 측이 다시 따라잡아, 대선 종반까지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됐다.

대선 기간 내내 정권교체 여론은 정권 연장 여론보다 확실히 넓게 나타났다. 민주당이 정권을 10년간 잡았던 것도 아니고 집권한 지 5년 만에 치르는 대선치고는 묘한 분위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교체 여론 일부가 여당 후보 지지로 옮겨 붙은 2002년, 2012년 대선 경향도 재연되지 않았다. 더구나 여당인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긍정 평가율을 뛰어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후보의 필패 구도다.

그러나 윤 후보 지지율 역시 정권교체 여론에 크게 못 미쳤다. 거꾸로 정권교체 여론이 윤 후보 지지율을 따라 줄어들 수도 있었다. 그나마 선거 막판까지 정권교체 지지율이 50%를 넘은 것은 이 후보의 한계가 컸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라는 또 다른 카드가 있어서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는 스스로 공언하던 ‘압도적 정권교체’에는 미치지 못한 채 이 후보와 박빙을 이뤘다. 후보에 대한 지지 열기에 찜찜함이 서려 있다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일대일 구도였던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은 총력전 양상을 띠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1990년대 정치개혁 아이콘이었다. 2012년 박근혜, 문재인 대선 후보는 점잖고 종교적이기까지 한 이미지와 전임자(박정희, 노무현) 후광으로 전통 지지층 결집에 부동층 모으기까지 삽시간에 이뤄졌다.

털릴 만큼 털린 후보인 줄 알았는데…

반면 윤석열, 이재명 후보는 “리스크 있는 비호감 후보”라는 중평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별로 결과가 들쑥날쑥하거나, 접전 기간이 길거나, 역전 현상이 잦다는 것 모두 지지층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승패를 떠나 명분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3지대 후보가 되레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각각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강하게 공격하는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역대급 대선을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이분법의 정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집권 5년 만에 정권교체 가능성을 고조시킨 불명예와 함께 ‘임기 말 대통령의 역대급 지지율’이라는 영예를 동시에 안고 있다. 거꾸로 말해 국민의힘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탑승한 동시에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율을 몰아준 장본인이다. 거대 양당은 모두 거부층을 설득하거나 다독이기보다 지지층에 몰두하는, 특히 강성 지지층에 몰입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둘째, 정당들이 내재적 발전에 실패했다. 단적으로 민주당 이낙연, 정세균과 국민의힘 홍준표, 유승민 같은 주자들이 크게 힘을 쓰지 못한 것이 그 방증이다. 그들은 당이 더 나은 차원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당의 구태 이미지를 뒤집어썼다. 결국 양당의 승리 공식은 ‘아웃사이더’ 카드를 내놓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당직을 맡은 경험이 없고, 윤 후보는 아예 신입 당원이다. 두 사람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국회의원 경험도 없다.

셋째, 단체‘장’(경기도지사),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하고도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한국 사회 현실이 후보자의 ‘도덕성 리스크’를 만들었다. 한때 국민은 그들이 ‘털릴 만큼 털린 후보’인 줄 알았다. 이재명 후보는 수사와 재판에서 모두 무죄 또는 무혐의를 받았고, 윤석열 후보는 정권과 갈등 속에서 조사 및 징계 대상으로 몰렸다. 이 후보는 다섯 번 출마 경험이 있고, 윤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아봤다.

그런데도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법인카드 유용 및 불법 의전 논란, 성남FC 의혹, 윤 후보의 삼부토건 등 부실 수사 논란, 고발사주 의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은 이번 대선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선거 막판까지 물들이고 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거대 양당의 옹호를 교대로 받으며 청문회와 임기를 통과했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검증도 약했다.

두 후보는 거대 양당이 최선의 카드라고 생각해서 낸 이들이다. 한때 민심은 그들에게 뜨겁게 호응했다. 후광에 기대지 않고 일로 승부하는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지난해 이맘때 비호감 대선을 예감한 이가 얼마나 됐을까. 본래 문제가 있었든, 그사이 나빠진 것이든, 아니면 그들에게 책임이 억울하게 전가된 것이든 우리는 정치사회적 구조 전체를 돌아봐야 한다. 어느덧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 미로를 읽고, 넘어서고, 벗어나야 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9호에 실렸습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