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독점에 따른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업계에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 대표적인 노선은 △김포~하네다 노선 △인천~몽골 노선, 일부 중국 노선 등 입니다. 그리고 “경쟁 제한 해소를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유럽과 미국 노선 등의 슬롯 및 운수권을 반납하라”고 한 공정위 조치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떴다떴다변비행’에서는 ‘시리즈로’ 위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1편입니다.
‘김포~하네다’ 노선
김포~하네다 노선은 일명 ‘김네다’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알짜노선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을 가지 않고도 서울과 가까운 김포공항에서 일본 도쿄 도심과 가까운 하네다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노선이기 때문입니다. 이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취항을 하고 있습니다. 노선 수익률이 워낙 좋아서 ‘황금 노선’이라 불렸고, 인천~일본 하네다 노선과 비교해서도 항공 운임이 비쌉니다. (2배 가까이 차이가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탑승률은 매우 높습니다. 서울에 근접한 김포공항이라는 이점 때문입니다.
김포와 인천 공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 공정위
이런 판단이 나오게 된 건 공정위가 사용한 ‘시장 확정’ 방식 때문입니다. 독점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시장의 확정입니다. 독점을 판단하려는 시장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를 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대형 마트의 독점력을 판단할 때 시장을 넓게 정의하면 독점적 지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만, 시장을 좁게 정의하면 독점적 지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시장을 어떻게 확정하느냐가 경쟁 제한 및 독점을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김포~하네다 노선을 평가하면서,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서울’ 이라는 시장으로 넓게 묶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하네다 공항과 약 8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을 ‘도쿄’라는 하나의 시장으로 묶었습니다. 그래서 ‘김포~하네다’ 노선의 독점력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서울(김포+인천)~도쿄(하네다+나리타)라는 시장을 평가한 것이지요. 인천에서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도쿄 노선에 취항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이라는 시장으로 광범위하게 시장을 정의해버리니, ‘김네다’라는 수십 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과점 노선이 경쟁 시장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공정위는 김포~하네다 노선을 평가하면서 김포와 인천을 ‘서울’이라는 하나의 시장으로 묶었다. 공정위 자료 중 발췌
공정위 측은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본 결과 김포 공항과 인천 공항은 서로 대체 가능한 공항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인천~도쿄와 김포~도쿄 노선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노선이기에 기업 통합이 되더라도 운임 상승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겁니다. 소비자들은 어느 한 곳이 비싸면 다른 곳 항공편을 이용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판단 대로 김포와 인천공항이 서로 대체 가능한 공항이었다면, 애당초 김포~하네다와 인천~하네다 노선의 항공 운임에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일본 하네다-공항은 오픈 스카이(누구나 취항할 수 있는 공항)인 나리타공항과는 다르게 일본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은 항공사만 취항을 할 수 있습니다. 항공사들에게 하네다와 나리타는 공항의 성격이 다른 것이죠. 도쿄 도심으로의 접근성도 하네다 공항이 나리타 공항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김포~하네다와 인천~하네다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김포냐 인천이냐, 하네다냐 나리타냐에 따라서 여행객들의 하루 일정이 완전 달라진다. 여행 시간, 교통 비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드디어 김포~하네다 노선 가격이 좀 낮아지나 싶었는데, 오히려 대한항공만 좋게 됐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 조차 “공정위가 김포~하네다 정도는 내놓으라고 할 것으로 봤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인데, 우리에겐 유리한 결과”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에게 유리할 수 있는 공정위의 ‘시장 확정’ 때문에 빼앗기지 않고 싶었던 김포~하네다 노선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김포-하네다 노선 취항 당시 모습. 동아일보DB
인천~몽골 울란바타르 노선
인천~몽골(울란바타르)노선도 관심사였습니다. 몽골 노선은 2019년 초 까지 대한항공이 29년 동안 유일하게 취항을 하고 있던 대표적인 독점 노선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월 몽골과의 항공 회담을 통해 기존 주 6회(1656석)에서 주 3회(833석)를 추가로 운항할 수 있는 운수권을 받아옵니다. 2019년 1월 국토교통부는 ‘인천~울란바타르 독점노선 30년 만에 해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독점을 해소했다고 성과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인천~몽골 노선 또한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노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한항공과 몽골항공만 취항했던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에게 줬던 주3회 운수권(833석)을 대한항공이 추가로 가져가게 됐는데도 말입니다. 공정위 측은 “몽골항공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점유율도 대한항공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대한항공이 함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인천~몽골 노선을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노선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자료 중 발췌
몽골항공이 강력한 경쟁자라고 하지만 최근 5년간의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대한항공(2019년 이후엔 아시아나항공 포함)이 몽골항공 보다 탑승객 수가 항상 높았습니다. 대한항공이 시장 1위 점유자라는 의미입니다.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엔 그 점유율이 더 높아지겠지요.
소비자들과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에게 도로 독점 지위를 부여한 결과가 됐다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2019년 몽골 노선에 대한 추가 운수권 배분 당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국토부에 편지를 보내서 “추가 운수권을 대한항공이 가져와야 한다”고 까지 역설하기도 했죠. 그 만큼 알짜 노선이라는 의미입니다. 한 항공업계 임원은 “국토부가 29년 독점을 해소했다고 자랑하던 몽골 노선이 다시금 독점이 됐다. 소비자 보호의 마지막 보루인 공정위 판단이 오히려 소비자들 지갑을 더 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정위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소비자를 지키는 역할을 하지만 한국의 공정위기 때문에 항공산업과 대형항공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시적으로 따지면 많은 노선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 효용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항공 산업 발전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몽골 노선 취항 노리는 아시아나항공과 LCC 입장 비교. 동아일보DB
다음 시간에는 유럽 및 미국 등 노선에 대해 슬롯 또는 운수권을 반납하라고 한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