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정 국민의힘 서울특별시 은평구갑 당협위원장 사진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에서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있는 봉투를 유권자에게 건네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5시 경 서울 은평구 신사1동주민센터에서 투표에 참가한 A 씨(67)는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투표지를 봉투에 담으려다 봉투 안에 이미 표시가 된 투표지가 담긴 것을 확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투표관리 규정에 따르면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투표 현장에서 신분을 확인한 후 투표용지 1장과 임시기표소 봉투 1장을 받는다. 이후 전용 임시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를 하고 용지를 미리 받은 빈 봉투에 넣어 선거보조원에게 전달한다. 이후 보조원은 참관인 입회 하에 봉투에서 투표지가 공개되지 않도록 꺼내 투표함에 넣어야한다.
홍인정 국민의힘 서울특별시 은평구갑 당협위원장 사진제공
하지만 A 씨가 현장에서 직원에게 받은 봉투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있었다. A 씨는 직원에게 곧바로 문제 제기를 했다. 직원은 “착오가 있었다”며 문제가 된 투표지를 수거해갔다.
이날 A 씨와 같은 일은 겪은 유권자는 신사1동주민센터에만 3명이다. A 씨는 “이런 일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선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생겼다”면서 “빈 투표용지도 아니고 기표된 용지가 실수로 들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의심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추천 참관인이 문제제기를 했고 국민의힘 측에서 투표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홍인정 국민의힘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투표 중단을 요구하고 선관위에 전화했지만 1시간 넘도록 직원이 오지 않았다”면서 “결국 그냥 돌아간 유권자도 있고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투표를 강행하며 아수라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직원이 도착한 후 현장 검표 과정에서도 기표용지가 2장 들어있는 봉투가 추가로 발견됐다. 홍 위원장은 “구의원 등 참관 아래 투표를 마쳤지만 아직 투표함에 옮기지 않은 투표봉투 20장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한 봉투에 기표 투표용지가 2장 있는 것을 추가로 발견했다”면서 “있을 수 없는 상당히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양천구 신월6동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신월6동 주민센터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확진·격리자 임시투표소를 찾은 손모 씨(34)는 투표를 마치고 용지를 봉투에 넣으려다 이재명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발견했다. B 씨와 그의 남편은 “기표한 투표용지가 담겨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다. 상황을 지켜본 다른 확진자, 격리자들은 B 씨 부부와 함께 문제를 제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