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스트리트]〈10〉 서대문구 천연충현마을 주민들 먹거리 장보는 영천시장, 길거리 맛집 찾는 젊은층의 명소 단독주택 사이 스며든 한옥들…청수관 터 등 역사 흔적도 곳곳에 올 연말까지 도시재생 사업 진행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옥 책방 겸 카페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처마 밑으로 골목길이 펼쳐져 있다. 이 근방에는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22일 오전 10시경 찾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장사를 막 시작한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꽈배기, 떡볶이 등 길거리 간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전주식 떡갈비를 파는 ‘최가상회’는 주말이면 독립문 인근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 줄을 서 먹는 인기 식당이다. 서대문구 천연·충현동 일대를 소개하는 백승옥 마을해설사는 “(영천시장은) 인근 주민들이 먹거리 장을 보는 곳일 뿐 아니라 길거리 맛집을 찾아다니는 젊은층의 명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북적한 영천시장 지나면 고즈넉한 한옥카페
현재 각종 반찬과 포장음식을 판매하는 영천시장은 원래 ‘떡 도매시장’으로 유명했다. 재래시장 형태로 조성된 것은 1960년대 초반. 하지만 조선시대 이 일대는 ‘떡전거리’였다. 영천시장과 가까운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들에게 사식으로 이곳의 떡을 많이 넣어줘 떡 시장으로 번성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이곳은 지난해 7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대로변 영천시장을 지나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끌벅적한 소리는 금세 사라진다. 고요한 골목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기와지붕이 남은 한옥들이 평범한 단독주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인 광경을 볼 수 있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책방 겸 카페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에서 시작되는 기와 지붕이 남아있는 서대문 천연동 골목 풍경.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청수관 터부터 신학대학까지 근대 역사 보존
이곳이 과거 선교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흔적도 많다. 1959년 한양정미소 건물을 개축해 만든 서대문성당, 1910년 세워진 감리교신학대학교 등이다. 특히 감리교신학대는 1925년부터 국내 최초의 남녀통합 교육기관으로 운영돼 근대 교육기관으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깊다.
이처럼 도심 속에서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천연충현마을은 올해까지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대문구는 2020년부터 이 마을을 도보로 둘러볼 수 있도록 ‘도시재생 마을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멈췄던 마을해설사 해설 프로그램도 유행 상황에 따라 곧 다시 운영할 계획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천연·충현동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