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을 합리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오늘날의 법률가는 법전과 주요 판례를 찾아보겠지만, 미래의 법률가는 통계학과 경제학을 마스터한 사람이 될 것이다.”
― 올리버 웬들 홈스 주니어,
1897년 하버드 로리뷰 논문 ‘법의 길’ 중
20세기 초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홈스(1841∼1935)가 법학 학술지에 쓴 글이다. 100년도 더 지나서 이 예언은 상당 부분 구체화되고 있다.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은 사회현상 전반에 걸쳐 일상화되고 있고, 법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법률 영역에서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일 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데이터에 기초한 분석이나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을 위해서는 통계적 분석이 기본적인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는 경제학적 접근이 매우 중요한 방법론 중 하나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적 분석은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비춰 보면 홈스의 주장은 법학, 더 넓게는 사회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은 실사구시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학문에 있어 이론의 틀을 잘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한 이론이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파악된 현실을 반영해 이론을 계속해서 보완해 가는 태도도 갖춰야 한다. 특히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오늘날의 과학기술의 변화 양상과 그에 기반한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고려할 때, 실사구시의 실증적 태도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상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현실이 어떤지에 대한 통계와 경제에 기초한 파악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